[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08)

  • 입력 1997년 6월 11일 07시 54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61〉 『당신이 바그다드에서 왔다는 게 사실이오?』 내가 큰 배로 옮겨 탔을 때 갑판에 서 있던 선장은 내게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이름은 뱃사람 신바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 험준한 산엔 대체 어떻게 혼자 가게 되었소? 저산 반대편에는 도시가 있지만 저 산에는 도저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데 말이오?』 그가 이렇게 묻자 나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무덤 속에 생매장을 당했다가, 그 무덤에 생매장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때려죽이고 그들의 음식과 물로 연명하다가 가까스로 무덤에서 살아나왔다는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았다가는 혹시라도 이 배안에 이 섬 주민이 타고 있다가 들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다만 배가 난파당하여 저 산 기슭에 표류하게 되었던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난 뒤 나는 지니고 있던 값비싼 진주 두어 개를 꺼내어 선장에게 내밀며 말했습니다. 『선장님, 당신의 도움으로 나는 저 험준한 산기슭에서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저에게 현금이 없으니, 당신의 친절과 호의에 대한 보답으로 이거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자 선장은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습니다. 『그건 안될 말이오. 난파당한 사람을 구출해주는 건 우리 뱃사람들의 관례요. 우리는 관례에 따라 당신을 구출해주었고, 당신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해줄 뿐이랍니다. 난파당한 사람을 구출해주었다고 해서 어떤 사례를 받아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안전한 항구에 당도하면 당신이 무사히 집에까지 돌아가는데 필요한 소정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한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회교도들의 명예에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선장의 말을 듣고 나는 감동하여 그의 손에 입맞추며 그의 장수를 빌어주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항해를 계속한 끝에 마침내 바소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며칠 쉰 뒤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오랜만에 친구며 식구들을 대면하는 기쁨을 누렸고, 사람들은 나의 무사한 귀국을 기뻐해주었습니다. 며칠 뒤 나는 짐짝들을 풀고 그 지하 무덤에서 내가 가져온 보석들과 귀중품들을 모두 계산해보았습니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하면 실로 엄청난 액수가 된다는 사실을 나는 알았습니다. 나는 그 물건들을 몽땅 창고 속에 집어넣고 탁발승이나 거지들을 위하여 많은 돈을 희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예전과 같이 안락한 생활을 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네번째 항해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주인은 입을 다물었고, 듣고 있던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잠시 후 주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와 주신다면 내일도 나는 나의 다섯번째 항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나의 다섯번째 항해 이야기는 지금까지 들려드린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기가 막히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뱃사람 신바드는 하인들을 시켜 짐꾼 신바드에게 금화 백 디나르를 주라고 했다. 짐꾼 신바드는 몹시 기뻐했다. 『형제여! 내일 또 와 주구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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