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노르웨이거주 김민경씨

  • 입력 1997년 5월 26일 08시 07분


노르웨이에서 10여년간 살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낀 것은 아이들도 한사람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점이다. 아이들이 어리다고 해서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도록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기르게 된다. 어느날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 에스더(9)의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에스더의 학교생활에 대해 의논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에스더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딸에게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한학기에 한번씩 선생님과 학부모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정기면담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과의 약속시간에 맞춰 학교에 찾아갔다. 딸아이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갈 테니 선생님과 단 둘이 만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미 딸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선생님의 면담 진행방식이었다. 한국에서처럼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일방적 판단을 학부모에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에 대해 발견한 사실을 놓고 함께 토론하는 식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아이도 참여한다. 『에스더는 수업시간에 딴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떻니?』 『자꾸 다른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싶어요. 하지만 자주 그런 것은 아니예요』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수업시간에는 참았다가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래요』 30여분동안 공부이야기에서 성격에 이르기까지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다. 선생님은 문제의 해결방법은 전부 딸아이에게서 나오도록 대화를 이끌었다. 딸아이는 집에 돌아와서 선생님과 나눈 얘기를 빠짐없이 공책에 적어놓았다. 왜 적느냐고 묻자 『잊어버릴까봐요』라고 대답했다. <필자 김민경씨는 무역상을 하는 남편을 따라 10년 전 노르웨이로 이민, 현재 초등학생 1남1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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