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를 드나들면서 아리송했던 것중 하나는 호텔과 인(Inn)의 차이. 중학교때 인은 분명히 여인숙정도의 싸구려 객사로 배웠다.원래는 그런 차이가 있었으리라. 그러나 요즘 외국에서 그런 식의 차별은 없다.
해외의 「홀리데이 인」에 들게 됐을 때다. 스케줄을 본 한 손님이 항공기 안에서 따졌다. 어째서 여인숙에 재우느냐고. 당시 초보TC였던 나는 할 말이 군색했다. 사실 나도 그런줄 알았으니까. 적당히 둘러대고 공항에서 만난 현지가이드에게 살짝 물었다. 그랬더니 깔깔대며 웃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홀리데이 인 호텔에는 다섯가지 등급이 있고 그중 우리가 들었던 크라운플라자급은 최고급호텔이었다. 물론 홀리데이 인의 최하급인 익스프레스나 컴포트인, 샬로인 같은 버짓(예산절약)형 호텔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우리네 관념에서는 호텔급이다.
한국관광객들의 호텔 취향은 좀 별스럽다. 아무리 좋은 호텔이라도 로비가 작으면 싸구려로 취급한다. 그런 때는 정말로 안타깝다. 덕분에 좋은 호텔두고도 로비만 넓은 중급정도의 호텔에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까다로운 손님중 상당수는 난생 처음 호텔에 드는 경우. 이런 초행 손님들과 여행하면 가슴 아픈 에피소드가 많다.
속옷차림으로 복도나 베란다에 나갔다가 문이 닫힌뒤 잠겨 고생하는 경우, 슬리퍼 끌고 로비로 나갔다가 눈총 받는 경우는 다반사. 한번은 고쟁이 바람으로 호텔 식당에 나타나신 아주머니, 호텔 방문을 열어둔 채 속곳을 갈아 입던 손님 덕분에 호텔 직원들로부터 거칠게 항의를 받았다. 옆방(커넥팅룸)과 통하는 문인줄 모르고 열고 들어갔다가 잠자던 외국인부부의 항의를 받았던 한 손님은 내내 언짢아 했다. 낯선 외국땅에서 문화의 차이로 겪는 이런 실수들, 이 모든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이게 직업이 되어 매일 겪고 있는 나만 빼고.
송진선 <투어컨덕터·NTA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