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프리즘]KBS「아침마당」,중매창구 자리매김

  • 입력 1997년 3월 31일 09시 50분


[금동근 기자] 『정씨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몰라요. 그냥 TV를 보면서 내내 가슴이 떨렸어요』 지난 27일 오후 KBS본관 5층 회의실. 한 50대 여성이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3명의 젊은 남녀 앞에서 「면접」을 치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면접관」들은 KBS1 「아침마당」(월∼토 오전8.30)의 제작진. 「아침마당」의 월요일 코너 「TV중매」에 출연한 남성을 보고 연(緣)을 맺고 싶어 제작진을 찾아온 이 50대 여성의 속마음을 떠보는 중이었던 것. 문을 연지 한달여밖에 되지 않은 「TV중매」가 실질적 중매창구로 자리잡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TV중매」에 출연하는 사람은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 사정이 있어 혼기를 놓친 미혼남녀,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배우자와 헤어진 사람, 지체장애 등의 사유로 결혼에 애로를 겪는 사람 등 그야말로 결혼이 절박한 사람들에게만 출연자격이 주어진다. 오락적 성격이 강한 MBC 「사랑의 스튜디오」와는 다르다. 본인이 출연을 원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추천하기 위해 보내오는 사연은 구구절절 눈물겹다. 한 40대 여성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정이 어려워져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형편이 좀 나아져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아버지가 나에게 늘 미안해하시는 것도 보기 안타까워 신청한다』는 사연을 보내왔다. 시어머니를 「시집」보내려고 편지를 보내온 한 며느리는 『딸들은 다 찬성을 하는데 아들이 싫어하는 바람에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심사를 통해 출연하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밝힌다. TV에 나와 공개구혼을 할 정도면 더 이상 숨길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사고로 부인과 사별했다는 한 30대 남성은 『딸을 키울 수 있는 활달한 성격의 30대 여자를 원하지만 이혼자는 싫다』고 솔직하게 조건을 밝혔다. 이처럼 결혼조건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에 일단 남녀가 연결만 되면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판단. 5월5일에는 「TV중매」로 맺어진 첫번째 부부가 탄생한다. 제작진은 결혼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방영할 예정이다. 오수성PD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남녀 양쪽의 처지나 조건을 철저하게 검토한 뒤 연결 해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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