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영화업자들로부터 봉 취급을 받는 것은 국내 업체간의 과당경쟁 때문이다. 외국영화 시장에서 우리 업자끼리 서로 수입권을 차지하려고 이전투구를 벌이며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 놓은 결과다. 이같은 양상은 2,3년 전부터 대기업이 영화에 뛰어들면서 더욱 심해졌다.
영화수입 가격이 3백만달러를 넘어설 경우 업계에서는 마의 벽이라고 일컫는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 적자를 면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수입된 어지간한 외화는 대부분 3백만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개봉된 「에비타」는 4백만달러, 「롱키스 굿나잇」과 「라스트맨 스탠딩」은 각각 4백50만달러, 3백50만달러에 수입했다.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5백만달러로 최고수입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화 수입에 지출한 외화는 8천5백66만달러(약7백30억원)로 95년보다 26% 늘어났다. 수입업자들의 어리석은 제살깎기 경쟁이 없었더라면 외화 유출의 상당부분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형편에 대기업이 외화를 수입하느라 외화(外貨)를 낭비하고 있어 한심하다.
전경옥(서울 광진구 구의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