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땅에 떨어진 검찰「중수부」권위

  • 입력 1997년 3월 19일 19시 54분


지난 87년 5월18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朴鍾哲(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 축소은폐 조작됐다는 폭탄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지검은 고문경찰관 3명을 추가구속한 뒤 『은폐조작사실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후에도 축소은폐 조작 주장이 계속되자 결국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전격 경질됐다. 다시 재수사에 나선 대검중수부는 이틀만에 朴處源(박처원)당시 치안본부5차장 등 5명을 구속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중수부의 권위가 최근 땅에 떨어졌다. 지금 중수부는 한보특혜대출사건 수사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한보사건 첫공판에서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청와대경제수석의 대출압력 행사사실이 공개된 것과 관련, 이를 숨기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高建(고건)국무총리는 18일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노력을 기울이고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법무장관에게 지시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필요한 조치」에 대해 『현 수사팀을 교체하는 방안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검찰의 최고수사기관인 중수부가 수사한 결과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기는커녕 수사팀의 교체가 거론되는 비참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우리 중수부도 1년여전인 95년11월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과 재벌총수 40여명을 수사할 때는 한때 「반짝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지난 81년 창설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중수부와 아직도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차이는 「살아 있는 권력」에 얼마나 강할 수 있는가에 있다. 다나카 전일본총리 수사 당시 검찰총장 후세 다케시(布施健)는 『무죄판결이 나오면 내가 책임진다. 당신들은 사표낼 생각 하지말라』며 도쿄지검 특수부검사들을 격려했다. 우리 검찰은 언제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전통을 후배검사들에게 물려줄 검찰총장을 갖게 될까. 최영훈기자(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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