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일銀,「한보」이어 삼미그룹 법정관리로 『휘청』

  • 입력 1997년 3월 19일 15시 54분


한보부도사태로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제일은행이 삼미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또다시 휘청거리게 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는데 제일은행의 삼미그룹 순여신은 대출 99억, 지급보증 2천75억원 등 모두 2천1백74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가운데 담보로 챙겨놓은 금액은 8백21억원에 불과해 1천3백53억원의 담보부족 상태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은 한보(1조1천억원)와 삼미에 대한 부실여신만으로도 연간 1천3백억원이상의 이자수입이 줄게돼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은행은 지난 94년까지만 해도 조흥은행과 업계 정상을 다투던 은행권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94년 11월 효산그룹이 부도를 내면서 제일은행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95년 4월 유원건설(여신 3천7백30억원)96년 1월 우성건설(여신 2천3백21억원)등 해마다 1건씩 대형 거래업체가 쓰러지면서 「단골 사고은행」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 작년말 한보철강의 부도로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이 발생하면서 제일은행은 치명타를 맞고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일은행은 지난해 업무이익을 4천4백34억원이나 올렸지만 부실채권에 따른 대손충당금때문에 당기 순이익이 62억원에 그쳐 15개 시중은행가운데 서울은행을 제외하고 꼴찌를 기록했다. 대출비리와 관련, 李喆洙 申光湜 前행장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고객들의 은행 신뢰도도 크게 실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일은행은 柳時烈 前한국은행부총재를 행장으로 영입해 몰락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삼미사태까지 발생,전 임직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앞으로 일은증권 일은금고 등의 자회사 매각과 신세계백화점 주차장부지 등의 부동산매각을 통한 자구노력과 함께 한은 특융 등의 정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장기간 업계 수위를 차지했던 제일은행의 잠재력이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거듭된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벼랑끝에 몰린 제일은행이 정부의 지원이나 자구 노력으로 옛 영화를 다시 살릴수 있을지 아니면 앞으로 거세게 몰아닥칠 은행 합병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다른 대형은행에 흡수 도태될지 여부가 금융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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