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식기자] 「스윙머신」 닉 팔도(40·영국)는 미국PGA투어에서 「이단자」로 불린다.
그의 행동이 별나서가 아니다. PGA투어 멤버로서는 유일하게 파니 서네손(29·스웨덴)이라는 여자캐디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인 또는 아내가 골프백을 메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여자 전담캐디를 고용한 것은 팔도가 처음.
전문캐디 서네손이 팔도를 만난 것은 지난 89년 시드니에서 있었던 팝그룹 「유리스믹스」의 공연현장.
그해 4월 처음으로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던 팔도는 5년 넘게 동고동락한 남자캐디 앤디 프로저를 해고하고 서네손을 새 파트너로 결정했다.
예감이 적중했는지 팔도는 서네손과 함께 출전한 이듬해 마스터스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마스터스 연속제패는 「골프황제」 잭 니클로스(미국)이후 팔도가 두번째였다.
치마바지에 풍성한 티셔츠를 입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휘날리며 18㎏이나 나가는 골프백을 메고 남자캐디 못지않게 필드를 누비는 서네손의 골프실력은 핸디5. 19세때 어머니와 함께 출전한 스웨덴 전국모녀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그가 프로에 입문하지 않은 것은 피를 말리는 골프경기가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팔도의 스윙을 완성해준 티칭프로 데이비드 리드베터(미국)는 『그는 팔도에게서 최상의 샷을 끄집어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90년이후 팔도가 얻은 명예의 25%는 서네손의 몫』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연봉 10만달러(약 8천5백만원)를 받는 서네손의 진가는 지난해 마스터스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전날 1오버파 73타로 허물어진 팔도를 다잡아 세워 팔도가 3라운드 연속 단독선두를 달린 「백상어」 그레그 노먼(호주)을 꺾고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상식 직후 『오늘 캐디와 유난히 대화를 많이 했는데 어떤 도움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팔도는 『클럽선택에 관한 얘기는 한번밖에 없었다. 서네손은 내가 긴장할 때마다 갖가지 농담으로 나의 마음을 풀어줬다』고 밝혔었다.
팔도와 서네손은 오는 4월11일 개막하는 97마스터스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 그린재킷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