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스리랑카]『귀고리 안하면 여자 아니다』

  • 입력 1997년 1월 27일 20시 34분


스리랑카에서는 모든 여성들이 귀고리를 한다. 초등학생은 물론 세살배기 어린애도 귀고리를 하고 있으며 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조차 귀고리를 하고 있다. 처음 스리랑카에 왔을 때 초등학생이 귀고리를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고 몹시 놀랐다. 『아니 지금 나이가 몇인데 벌써 귀고리를 하다니. 부모가 어떻게 교육을 시켰기에. 혹시 루주는 안발랐을까』 그래도 루주는 바르지 않았다. 한동안 여성들의 귀고리에 신경을 쓰다보니 귀고리를 하지 않은 여성을 찾는게 일이 돼버렸다. 결국 한 사람을 찾아냈는데 바로 내 마누라였다. 마누라 빼고는 모든 여성이 귀고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여성이 귀고리를 하다니 희한한 일이구먼. 여기서 귀고리 장사를 하면 돈 벌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내다 알게 된 것이 스리랑카에서는 귀고리가 여성의 징표라는 사실. 대부분 생후 3개월 정도부터 귀고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별다른 의료기술이 없는 이들로서는 귓불이 연할 때 아예 귀를 뚫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생후 3개월이 넘었으면서도 귀고리를 안한 여성은 없는 셈이다. 결국 귀고리를 하지 않으면 여성이 아니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스리랑카 여성들에게 귀고리는 지혜로운 저축수단이기도 하다. 지참금 제도가 아직 존재하는 현실에서 현금화가 가장 쉬운 귀고리로 일종의 저축을 한 후 결혼할 때 현금 대신 귀고리를 지참금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어린애들은 모조품이나 값싼 제품을 사용하지만 어른들은 주로 금으로 된 귀고리를 갖고 있다. 남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하녀)도 1,2개월 급여에 해당하는 귀고리를 몇개씩 갖고 있다. 멋도 낼 뿐더러 금값이 인상되면 돈도 벌게 되니 스리랑카 여성에게 있어 귀고리 착용은 일석이조인 셈이다. 김 군 기〈콜롬보 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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