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처리 軍작전 인상…「사전 각본」의혹

입력 1997-01-26 20:07수정 2009-09-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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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承勳 기자] 「신용관리기금 특검(17일)→부도가능성 최후통보(22일)→부도처리(23일)→鄭泰守(정태수)씨일가 출국금지요청 및 검찰내사 방침(24일)→정씨일가 고발방침(25일)」. 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됐던 지난 일주일간 정부 및 감독기관 은행들의 행보다. 한보그룹 몰락의 일차적 원인은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의 고집과 판단착오 때문이라는 지적이 현재로서는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보철강 부도이후 정부 등의 대응은 마치 작전을 방불케 하듯이 신속하게 전개된 느낌을 준다. 이때문에 금융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한보의 부도 및 처리과정이 사전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일 산업 등 주요 채권은행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던 한보철강에 작년말 4천억원, 지난 8일 1천2백억원 등 5천2백억원을 협조융자해줬다가 일주일뒤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정총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경영권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부도를 택하라는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 한보측은 최근 완공된 냉연 열연공장 담보가액이 충분하지만 은행측이 요구한다면 이달말까지로 예정된 감정평가가 나와 담보가 부족하다면 그때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버텼다. 그래도 채권은행들은 경영권포기를 강력히 요구, 정총회장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이즈음 신용관리기금은 지난 17일 경기 부천에 있는 한보상호신용금고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여 4백33억원의 출자자 불법대출사실을 적발해냈다. 신용관리기금은 24일부터 경영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금고 李信永(이신영)사장과 임원 4명 그리고 출자자인 정총회장 鄭譜根(정보근)회장 등 7명의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등 신속한 행동을 했다. 더 나아가 신용관리기금은 실사가 끝나는대로 정씨일가를 고발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신용관리기금의 고발이 있는대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당국의 움직임은 정씨일가를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물론 당국이 부도까지 계획하지 않았겠지만 한보와 정씨일가 분리 방침을 세운뒤 부도라는 예기치않은 돌발사태가 생기면서 정씨일가에 대한 대응은 거리낌없이 진행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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