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두가족 귀순의미]서해통해 온 「탈북사태」신호탄

  • 입력 1997년 1월 22일 20시 51분


지난해 12월9일 金慶鎬(김경호)씨 일가 16명과 사회안전부 노무원 최영호씨 등 17명이 북한탈출 44일만에 한국에 귀순한 지 한달여만인 22일 북한의 두 가족 8명이 밀항선을 타고 귀순하는 대형 귀순사건이 다시 터졌다. 지난 87년2월 金萬鐵(김만철)씨 일가 11명의 귀순을 시발로 한 일가족 귀순은 94년3월 呂滿鐵(여만철)씨 일가 4명, 95년3월 오수룡씨 일가 6명, 95년10월 해외무역부원(외환딜러)최세웅씨 일가 3명, 96년1월 외교관 현성일씨 부부의 귀순으로 이어졌고 96년12월 김경호씨 일가의 귀순으로 최대규모를 이뤘다. 이번에 서해안 격렬비열도 부근 공해상에서 발견돼 해경에 의해 구조돼 한국 품에 안기게 된 김영진 유송일씨 두 가족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사는 받지 않았지만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 소형선박을 타고 죽음을 무릅쓴 밀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들 두 가족이 타고 온 배의 선적이 중국이라고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쪽배를 타고 서해상으로 밀항해오는 탈북자는 전에도 여럿 있었다. 95년 8월 충남 서산 앞바다에서 발견됐던 金龍華(김용화·44·함흥철도국원)씨의 경우 중국 산동성에서 중국돈 6천원(한화 약 60만원)을 주고 0.5t짜리 배를 구해 두차례 시도 끝에 밀항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까지의 북한인 귀순자 6백16명 가운데 정확한 확인은 안되지만 최소한 수십여명이 이런 방법으로 귀순에 성공한 바 있다. 물론 중간에 중국당국에 체포되거나 항해중 폭풍우 등을 만나 실종된 경우도 허다했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탈북가족 가운데 문덕요양소 과장출신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김영진씨(50)는 金日成(김일성)의 처 金聖愛(김성애)의 남동생 金聖甲(김성갑)의 사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사실일 경우 金正日(김정일)의 전처 成蕙琳(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씨에 이어 김일성 가계와 관련되는 인사로는 두번째 귀순자가 되는 셈이다. 탈북귀순자들은 김경호씨 일가의 탈북 이후 북한인들의 귀순은 종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북한의 내부단속이 그만큼 심해졌고 중국이 최근 홍콩 및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한 것처럼 중국측의 단속 또한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두 가족의 목숨을 건 탈북귀순은 동토를 벗어나려는 북한인들의 한국행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金基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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