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來正기자」 경제난과 살인적인 한파, 정정불안으로 유달리 추운 겨울을 맞은 불가리아 국민 사이에 최근 페타르 스토야노프 대통령 당선자(44)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적 인기를 완전히 상실한 사회당 정권이 조기총선 압력에 내몰리고 있는 데도 스토야노프가 대국적인 입장에서 사회당과의 대화에 전례없이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야당인 민주세력동맹(UDF) 후보로 나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그는 최근까지 줄곧 『조국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사회당과의 「인내심을 갖춘」 대화에 나설 뜻을 강력히 표명해왔다. 스토야노프는 한술 더떠 여당이 추진하는 어떠한 긍정적 조치도 지지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스토야노프의 이런 「거국노선」은 좌우익 정책갈등이 심각한 불가리아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사회당 정권이 조기총선을 거부하고 98년 말까지 집권을 포기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사회당과의 동거정부를 꾸려야 하는 그로서는 상당히 현실적인 노선인 셈이다.
오는 22일 스토야노프에게 자리를 넘겨줄 같은 당 소속 젤리우 젤레프 현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보다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 그의 원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스토야노프의 초당적 입장은 물론 빈민을 위한 경제회생을 기치로 내건 그의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수술대에 올릴 불가리아 경제는 매우 중증이다. 지난해 마이너스성장과 150%대의 인플레가 겹친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신음했던 경제가 올해에는 외채상환 압력으로 파산할 지경이다.
다만 비틀스세대를 자처하며 기타연주를 즐기는 스토야노프가 서방에 인기가 높은 것은 당장 외자를 끌어 써야 하는 불가리아 경제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