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안타까운 「義人의 죽음」

  • 입력 1997년 1월 11일 19시 55분


「金靜洙 기자」 『엊그제만해도 부지런히 돈을 벌어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원껏 시켜주겠다며 좋아했었는데…』 11일 오전 경찰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던 소매치기에 맞서다 숨진 「의로운 시민」 李根石(이근석·24)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백병원 영안실. 각계에서 답지한 조화속에 평소 이씨가 다니던 성당 신도들의 찬송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지난 밤 숨진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 혼절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이씨의 모친 安景子(안경자·58)씨는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않는 듯 멍하니 영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10일 오후7시20분경. 선배가 운영하는 명동의 한 액세서리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던 그는 소매치기 일당이 검거하려던 경찰관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자 이들을 뒤쫓아 격투를 벌이다 흉기에 찔려 인근 백병원에서 수술끝에 숨진 것. 삼형제 중 막내인 이씨는 막내임에도 의젓하고 평소 한번도 부모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으며 신세대답지 않게 월급은 고스란히 집에 가져올 정도로 신실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이씨의 동료들은 『근석이는 평소 길가다 싸움을 보면 나서서 말릴 정도로 의협심이 강했다』며 이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가 일하던 액세서리점 주인(34)은 『근석이는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해 가게문을 열 정도로 성실했고 동료나 손님들을 늘 웃는 얼굴로 대해 가게안에서 웃음이 떠난 적이 없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경찰은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장례를 구민장(區民葬)으로 치르자고 제의했으나 가족들은 『망자(亡者)에게 누가 된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이씨의 아버지 李應漸(이응점·58)씨는 『하루빨리 이땅에서 근석이와 같은 죽음을 당하는 이들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며 두뺨 가득히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쳐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