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두회견 구체성 모자랐다

  • 입력 1997년 1월 7일 20시 07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올해 연두(年頭)기자회견에서 획기적인 조치나 제언같은 것은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경제와 안보를 두 축으로 한 큰 줄기의 국정운영방향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참을 호소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회견내용은 다분히 원론적이어서 궁금증을 풀기에는 구체성이 모자랐다. 김대통령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의 국정지표로 경제체질개선, 안보태세확립과 평화통일기반 구축, 부정부패의 지속적 척결, 공명정대한 대선(大選)관리, 서민생활안정 등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기본방향은 옳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역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다. 우선 경제회생 대책으로 기업의 활력회복, 물가안정 및 국제수지적자 축소, 노사화합을 제시했으나 구체성은 약하다. 특히 최근의 파업사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없었던 점은 아쉬움이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모두 참고 견뎌야 한다며 노사 양쪽에 자제와 협조를 당부하는 정도로 넘어갔다. 야당이 요구한 여야 영수회담도 현재로서는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함으로써 여야 대결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안보분야에서 북한의 자세변화와 4자회담 수용을 거듭 촉구한 대목은 신중하면서도 점진적인 대북접근기조를 읽게 한다.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비장한 각오」로 부정부패를 끝까지 뿌리뽑겠다고 다짐한 것은 현정부의 기치가 변화와 개혁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부정부패 척결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도 필수불가결한이상 임기 마지막날까지 지속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올해가 대선의 해인 만큼 대통령의 이 문제 언급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 대목 역시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다만 여당의 대선후보는 적절한 시기에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조기 대선논의에 쐐기를 박고 때가 되면 당의 총재로서 특정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밝히겠음을 시사했다. 여권내 대선후보군을 보다 확실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본란이 신년사설에서도 강조했듯이 김대통령의 임기말 최대과제가 대선의 공정한 관리와 여권내 대선후보의 민주적 선출에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대선분위기의 조기과열로 국정에 차질을 빚어서도 안되지만 지나친 인위적 억제로 후보검증기간을 단축시켜서도 곤란하다. 대선주자들이 스스로 자제하는 것은 몰라도 위로부터의 입막음 때문에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것은 민주적인 정당행태가 아니다. 자발적 자제와 인위적 억제는 구별돼야 한다. 김대통령의 다짐대로 이번 대선이 헌정사상 가장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이 여야를 초월한 입장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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