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주운지갑 돌려준 선행자 한때 의심 부끄러워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며칠전 자정이 가까운 시간 남편과 함께 버스를 탔는데 우연히 맞은편 의자밑에 지갑이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 쪽에 앉은 중년부인에게 얘기하자 자기것이 아니라며 뒤에 있는 아가씨에게 묻는다. 그런데 아가씨는 술에 취해 듣는둥 마는둥 했다. 부인이 지갑을 열어보자 여러개의 카드와 꽤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부인은 자기가 찾아주겠다면서 지갑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아가씨 지갑 같아 다시 한번 물어 보라고 재촉했다. 부인은 마지못한 듯 흔들어 깨워 보았지만 아가씨는 고개를 한 두번 흔들더니 엎드려 잠들어 버렸다. 그래도 왠지 꺼림칙해 지갑에 신분증이 있을지 모르니 한 번 보라고 했다. 그러나 부인은 못들은체 그대로 앉아 있더니 버스가 멈추자 급히 내려 버렸다. 우리는 아무래도 그 부인이 수상쩍었다. 몇 정거장 더 가 우리도 내렸다. 뒤를 보니 잠자던 그 아가씨도 내리고 있었다. 지갑을 확인해 보라고 하자 그때서야 정신이 드는지 지갑이 없다며 울었다. 딱하게 여긴 남편이 카드회사마다 전화를 하고 택시비를 주어 보냈다. 그런데 이튿날 아가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갑을 주운 부인이 전화를 해 찾아왔다는 것이다. 순간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남을 의심하고 나만 선하다고 생각했으니….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양심을 잃지않은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다. 봉 미 순(서울 구로구 구로3동 792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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