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임1주년 안병영 교육부장관

  • 입력 1996년 12월 21일 19시 51분


安秉永(안병영)교육부장관은 행정가보다는 학자로서의 인상이 여전히 강하다. 교수출신이기도 하지만 온화한 외모와 부드러운 말투에서 관료적인 분위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교수직에서 하루아침에 교육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 21일로 만1년. 지난 1년간 그는 「교육개혁」을 이끌면서 우리의 고질적인 「입시중심의 교육」을 「인성중심의 교육」으로 방향을 크게 바꾸는 작업에 전념해왔다. 이와 함께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학업중도탈락학생을 위한 구제대책 등 그동안 외면당해왔던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 「따뜻한 피가 흐르는」 교육행정의 면모를 보여 주어 주목을 받았다. 「宋相根·金載昊기자」 ―장관으로서 보낸 1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주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는 경쟁과 협력이 똑같이 중시되는 시기이므로 창의적이면서 인간다운 인간을 키우는 일이 교육목표이고 또 그것이 교육개혁의 중심과제가 돼야 합니다. 교육개혁 과제가 꽃피고 열매를 맺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변화의 싹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습니다』 ―97학년도 대학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특히 학교생활기록부 제도에서 혼란이 많았는데요. 『과거의 제도가 학과성적 중심, 총점을 바탕으로 학생을 일렬종대로 세운 것이라면 학생부는 봉사나 특별활동 등 인성측면을 중시하고 학생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만큼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나 부작용을 예상했었습니다. 1,2년 정도 연기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전인(全人)교육 차원에서 빨리 시행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부 전산자료 입력오류와 관련, 일정이 촉박했던 것은 사실이므로 입시사정이 끝나면 모든 과정을 살펴본 뒤 필요할 경우 입시일정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학교 중도탈락자 등에 대한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데 긍정적인 평이 많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서 유능하고 잘하는 사람, 공부잘하는 학생, 좋은 대학에 가고 출세하는 데만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한 반에서 몇명이 일류대학에 가느냐를 교육의 지표로 삼기도 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교육이 장애학생 등 소외계층을 포기하면 그것은 해야 할 일을 안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잠재적인 발전능력을발휘하기 위해서, 또 사회평등이란 입장에서도 이런 계층에 대해 교육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 선출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고 결국 일부 교육감과 교육위원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만….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의 법률안 심의소위에서 계류중입니다. 현행 방식으로 시도교육감을 선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교육정책이나 개혁에 대한 비전이나 의지도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없고…. 교개위안(정부안)은 교육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되 공개등록과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액과외 등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가계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책이라면….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이유는 학과성적 위주의 입시제도, 그리고 학교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고사를 폐지하는 등 입시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을 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하는 것도 과외를 필요없게 하려는 것입니다. 대학입시가 다양화되고 특성화되면 그만큼 고교교육도 정상화될 걸로 봅니다. 중장기적 대책이라면 「사이버 에듀케이션」을 들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은 보충학습을, 뛰어난 학생은 심화학습을 하는 거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학부모와 언론의 협조입니다. 경쟁심리를 자극하면 학생이 아무리 싫어해도 학부모가 과외를 시킵니다』 ―한의대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많은 한의대가 수업을 재개하는 등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일단 태풍은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의대생이나 교수 한의사가 조금 긴 안목으로 한의학 발전을 생각하기를 기대합니다. 학외현안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하는 등의 극단적 투쟁은 이제 지양해야 합니다』 안장관은 끝으로 『교육개혁은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역사(役事)』라고 강조하고 『교육개혁은 결국에는 많은 사람의 복지로 이어지고 모두가 이기는 「윈 윈게임」이 될 것이므로 선생님과 학부모가 2세들을 위해 새로운 시대를 함께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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