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가족 기자회견]『北 국경경비 대폭 강화』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식량난이 악화된 북한에서 상당수 주민들은 영양실조에 따른 결핵과 간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반노동자는 물론 교원과 병원직원 등 상층 주민들조차도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식량을 구하러 다닌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와의 국경경비 초소를 2배로 늘리고 초소당 근무인원을 종전의 3배로 늘렸으며 초소마다 정치지도원과 보위지도원 1명씩을 배치하는 등 주민탈출방지 조치를 크게 강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을 탈출, 44일만인 지난 9일 서울에 도착한 金慶鎬(김경호·61·전 회령 영예군인공장 노동자)씨 일가와 이들의 탈북을 돕고 합류한 최영호씨(30·회령시 사회안전부 경비노무자)는 17일오전 서울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귀순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씨의 부인 崔賢實(최현실·57)씨는 이날 『회령에서 굶어죽은 사람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강냉이죽 등으로 연명하는 사람은 많다』며 많은 북한주민들이 이같은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북한에서 남편은 이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월남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받던중 어머니를 만나 남한실상을 알게 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탈출했다』고 탈북동기를 밝혔다. 최영호씨는 『국경경비 업무가 작년 11월 보위부에서 인민무력부로 넘어간 뒤 4㎞마다 한개씩이던 경비초소를 2㎞마다 한개씩으로 늘렸으며 탈출로로 자주 이용되는 곳에는 잠복호도 별도로 설치했다』고 증언했다. 김경호씨의 맏며느리 이혜영씨(26)는 『작년 6월 개인별로 헝겊마스크 안경 모자 장갑 양말 등의 화생방기재를 만들어 각 가정에 비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동별로 화생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먹을 것이 부족하다 보니 임산부들이 몸보신을 위해 태반을 먹기도 한다』며 『작년초부터 金正日(김정일)을 「위대한 지도자」로 부르기 시작하고 그를 우상화한 노래를 보급하는 사업도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북한의 전쟁준비실태와 관련, 『군은 유류 의복 식량 등 전쟁물자를 100% 비축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북한 주민들이 종전까지는 탈북자를 민족반역자 인간쓰레기 등으로 인식했으나 최근에는 난 사람, 깬 사람으로 부르는 등 두둔하는 입장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金基萬·黃有成·李明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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