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이혼 현장르포]버려진 자녀『양육 네가 맡아라』

  • 입력 1996년 11월 22일 20시 18분


「申錫昊기자」 「고아 아닌 고아」가 늘어나고 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서로 양육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자녀문제로 이혼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됐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崔惠卿(최혜경·35·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교수는 『최근 조정과정에서 아이를 안맡겠다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결혼생활에서 애정은 더욱 강조되는 반면 책임과 자녀들에 대한 의무는 경시되는 최근의 불균형적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사회복지연구소가 전국 2백17개 고아원중 1백89곳에 수용된 아동 1만4천1백27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생존여부를 조사한 결과 74.2%인 1만4백82명이 부모 또는 편부모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백∼4백건의 육아위탁신청을 받는 서울시립아동상담소 관계자들은 이중 60% 이상이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진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상담소에는 다짜고짜 『아이를 맡아주면 이혼하겠다』는 젊은 부부들의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10여차례 걸려오고 있다. 법원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호적문제 등으로 아버지가 친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白尙昌(백상창·62)한국사회병리소장은 이같은 경향에 대해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확대되고 재산분할권과 양육비청구권 등으로 양육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李素希(이소희)교수는 『이혼부부의 어린 자녀들은 심한 심리적 불안 때문에 비행청소년으로 자랄 소지가 많다』며 『이혼하더라도 자녀들에게는 끝까지 의무를 다하는 부모들의 책임의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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