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난로옆 자리 수험생 수능시험 실력발휘 지장

  • 입력 1996년 11월 19일 20시 49분


지난 13일 수능 시험일엔 입시 한파가 온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쾌적한 영상의 기온이었다. 재수를 한 아들도 그날 시험을 치렀다. 밤잠도 못자고 공부하느라 초췌해진 모습이지만 아들은 모의고사에서 0.1%에 드는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험을 끝낸 뒤 아들은 배정된 자리가 뒷벽 가스스토브가 설치된 바로 밑이어서 그동안 쌓은 실력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울상이었다. 바로 머리위에 가스 스토브가 켜져 목과 머리에 뜨거운 열이 내리쪼여 머리가 띵하고 정신이 멍해 문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1교시도 끝나기 전에 이미 지쳐버렸다고 한다. 너무 뜨거워 스토브를 꺼달라고 했더니 감독관은 열선 두 줄 중 한 줄만 꺼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머리가 계속 띵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오직 수능시험 하루를 위해 잠 한번 제대로 못자고 총력을 기울여 왔는데 단지 자리가 잘못 배정돼 20년 가까운 공든 탑이 무너지다니…. 한 반에 40명 정원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라디에이터 바로 옆이나 벽에 설치한 가스 스토브 바로 밑 좌석은 비워두고 자리를 배치하는 융통성을 부여했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은 실제로 시험 전날 『재수 없게 스토브 옆에 앉게 되면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이미 희생이 되었지만 내년부터라도 이러한 불이익을 당하는 수험생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복 순(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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