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고려신용정보 윤의국 회장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43분


「尹鍾求기자」 개인정보 유출은 하이테크시대의 최대고민이다. 돈을 받고 남의 사생활을 캐다가는 쇠고랑을 차기 십상이다. 그런데 남의 재산상태를 손금 들여다보듯 조사해주는 사람이 있다. 간판까지 버젓이 내건채. 수수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불법 아니냐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고려신용정보 윤의국회장(48)은 재정경제원에 등록된 당당한 사업가다. 『새 거래처에서 10억원짜리 어음을 끊어주는데 어떡하지』 『누가 동업을 하자는데 사업은 매력있지만 사람을 어떻게 믿나』 윤씨는 바로 이런 고민의 해결사다. 경제분야의 사립탐정인 셈. 『그 기업은 부동산이 많고 불량거래 경력도 없어 신용등급 A다. 사장의 경영능력도 뛰어나 믿고 거래할 수 있다』 『그 사람은 부동산이 은행에 담보로 제공됐고 채무관계로 소송중이다. 현금 아니면 거래하지 않는게 좋겠다』 윤씨에게 걸리면 경제분야에 관한한 신용상태가 발가벗겨진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신용조사기업은 모두 12개. 이중 조사부문 총매출의 60%를 휩쓰는 회사가 바로 고려신용정보다. 윤씨가 회사를 차린 것은 불과 5년전. 청주에서 고교를 중퇴하고 개인사업에도 실패한 윤씨는 85년 단돈 60만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셋방을 구하고 나니 재산이라곤 건강한 몸뚱어리 뿐. 「남보다 덜 자고 더 일한다」는 철칙아래 닥치는대로 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윤씨는 『신용조사업이 전망좋다더라』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된다. 실패는 했지만 개인사업의 노하우도 있겠다 무작정 회사를 차렸다. 91년 여름이었다. 직원은 10명. 3년동안 적자에 허덕였다. 경험부족에다 이런 종류의 회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 직원들 봉급날이 가까워지면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고객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부터. 추락하는 경기가 윤씨에게는 기회였다. 거래상대의 신용도를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출이 급신장했다. 이제는 한달 평균 8백∼1천건의 조사의뢰가 들어온다. 건당 수수료는 25만∼30만원. 1년만에 3년치의 손실을 만회하고 흑자로 돌아섰다.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많이 찾을 것 같은데 아직은 대기업 영업부서나 법무팀이 고객의 80%나 됩니다』 앞으로도 사업전망이 밝다는 얘기다. 회사설립 5년만에 랭킹1위의 신용조사회사로 발돋움한 비결을 묻자 그는 『정확한 조사결과에는 현장의 발냄새가 배어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대부분 금융기관 출신인 58명의 직원 중 35명이 발로 뛰는 현장조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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