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임산부체조교실 운영 「보통주부」 임수경씨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26분


「高美錫 기자」 임수경씨(29). 지난 89년 전대협 대표로 북한을 방문해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물. 그의 집을 찾았 때 막 백일이 지난 아들 재형이를 포대기로 업은 채 한 손엔 젖은 기저귀를 들고 기자를 맞았다. 마루와 방 여기저기에 널린 아기용품들이 초보엄마의 동동거리는 하루를 쉽게 짐작케 했다. 그러나 그는 「통일의 일꾼」에서 뜻밖에 「프로급 엄마」로 변신해 있었다. 두달전 서울 혜화동에 사무실을 마련, 임신부체조교실을 운영중이었다. 『애낳고 나니 아이키우는 일이 두려워졌어요. 심란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다른 엄마를 만나 고민도 얘기하고 육아정보도 나누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좋더라구요. 그래서 임신했을 때 요가체조를 배우면서 사귄 또래 주부들과 「좋은 엄마를 위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30여명의 신세대 엄마들이 엄마로서의 첫 출발이란 공통점을 나누며 유대관계를 맺은 것. 임신 5개월의 안정기로 들어서면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고 이때 올바른 호흡법과 요가체조를 익히면 출산의 고통도 행복한 성취감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임씨가 체득한 지론. 『첫 임신 5개월때 제왕절개수술로 사산한 뒤 덜컥 겁이 났어요. 수술하면 다음에도 수술로만 낳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또 임신하자 꼭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요가체조를 권하더군요. 덕분에 출산에 자신감을 얻었죠』 출산당일도 집안일을 다 마치고 밤 10시에 병원에 가서 오전1시에 자연분만으로 순산했다. 『배가 아파올수록 「애기가 곧 나오는구나」라는 즐거운 생각을 떠올리니까 고통도 줄어들고 웃는 산모가 될 수 있었어요』 그는 엄마가 되면서 훨씬 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됐단다. 아예 현관문을 열어놓고 동네아주머니들과 수시로 왕래하며 지낸다. 한국일보 문화부에 근무중인 남편도 잘 도와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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