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푸른솔 스카우트 어머니 모임

  • 입력 1996년 10월 28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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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景恩 기자」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주부 남부용씨(42·서울 신림동)는 매일 밤 11시에 출근해 오후 1시에 집에 돌아온다. 밤을 꼬박 새운 피로가 만만찮지만 늘어지게 한잠 잘 겨를이 없는 날이 대부분이다. 남씨가 1년 남짓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푸른솔」 스카우트의 일들이 집안일 못지 않게 많기 때문이다. 푸른솔은 한국보이스카우트 지역대 707단의 이름. 초등학생인 유년대부터 고등학생까지 한데 모여있다는 것이 일반 학교스카우트와 다르다. 남씨는 4년전 푸른솔이 처음 창단할 때부터 아들 상구(고2), 딸 송이(중3)와 함께 참가해 왔다. 현직교사인 5명의 대장 외에도 8명의 주부들이 아이들을 위한 각종 행사를 도맡아 준비하는 것이 푸른솔만의 자랑. 행사 며칠전부터 주부들은 한 집에 모여 김밥 통닭 샐러드 김치 등을 장만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여러가지 계획을 짠다. 『주부들끼리 음식점에 모여 앉아 잡담이나 하고 노래방에나 가면 별로 남는 게 없잖아요.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보람도 있고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죠』 내 아이, 네 아이 가릴 것 없이 아이들 일이라면 신바람이 나서 일거리를 서로 떠맡으려고 야단이라는 8명의 주부들. 남씨는 1년이 넘게 한식구같이 지내는 주부들과의 만남이 늘 즐겁기만 하다. 얼마전엔 아이들의 푸른솔 티셔츠를 빌려 입고 주부들끼리 남이섬으로 단합대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주부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서인지 푸른솔의 활동은 다른 스카우트에 비해 곱절은 된다. 대집회를 뺀 모든 행사에 온가족이 함께 참여한다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 여름과 겨울의 야영 외에 고구마캐기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스키 승마 등 가족행사가 연중 계속된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에서는 아이들이 틈틈이 연습한 사물놀이를 전세계 스카우트 앞에서 멋들어지게 공연해 갈채를 받기도 했다. 아이들이 이날 입은 풍물복 36벌은 물론 주부들이 직접 천을 사다 재단해 만들었다. 외국인 스카우트의 잠자리를 위해 기꺼이 안방을 내주고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을 위해 1백50평의 고구마밭을 만들었다는 남씨를 비롯한 주부들. 이제는 남편들이 먼저 푸른솔 행사를 메모해두고 기다리는 것이 아이들이 책임감있고 활달하게 변한 것만큼이나 흐뭇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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