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창작기금」 자격제한 없애야

  • 입력 1996년 10월 24일 20시 17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민족문화의 계승발전과 우리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해마다 실시하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신청요강이 지난 11일 공고됐다. 이 사업은 각종 문화예술 활동에 드는 경비의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뜻있는 개인이나 단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필자처럼 비평을 하는 문인이라면 사업시행을 학수고대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꾸준한 활동을 해서 쓴 원고가 한권 분량이 돼도 평론집으로 선뜻 엮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자비로 펴내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선정되는 건 다음 문제이고 정성껏 지원신청부터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 문인을 대상으로 한 「창작기금지원」 사업의 안내를 보면 「문단에 등단한 문인으로서 본원의 개인창작지원금을 수혜한 실적이 없는 문인」으로 신청자격을 제한해 놓았다. 지원신청서 서식도 작년과 다소 바뀌어 앞의 신청자격을 뒷받침하는 듯했다. 최근 3년간의 지원사실 여부를 기록하는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은 실적」이라는 항목이 빠져 있었다. 이는 온당치 못한 「독소조항」이 아닐 수 없다. 진흥원측의 설명은 「한사람에게 지원금을 계속 주느냐」는 식의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다지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았다. 이 제한규정을 온당치 못한 처사로 생각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대학강단에 서지도 않고 지방문단에서 동인지 등을 통해 주로 활동하는 평론가들로서는 치명적인 「원천봉쇄」가 된다. 설사 지원신청을 하더라도 예년에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선정과정에서 그 점을 반영하면 된다. 진흥원의 이번 규정을 심하게 표현한다면 「한번 받아먹고 떨어지라」에 다름아니다. 물론 보다 많은 문인들에게 지원금 혜택을 고루 주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정으로 문학하는 이라면 꾸준히 활동할 것이고 그 증빙은 결국 작품집으로 남지 않겠는가. 모든 상이 그렇듯 지원금 수혜도 「계속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성 채찍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많은 문인들의 사기와 의욕을 꺾는 제한규정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말할 나위없이 신청된 원고의 수준과 질로 지원대상자를 가려내는 게 바른 길이다.<장세진:삼례공고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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