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올 뻔했던 제시 마시, 캐나다 이끌고 16강 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9일 14시 29분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이 29일 남아공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신화 뉴시스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이 29일 남아공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신화 뉴시스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뻔했던 제시 마시 감독(53)이 캐나다의 월드컵 새 역사를 썼다.

캐나다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스테픈 유스타키오의 ‘극장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마시 감독은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 진출국’이라는 타이틀을 안긴 사령탑이 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캐나다에서는 축구가 국가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이번이 세 번째였고 이전까지는 1승도 없었다. 마시 감독은 승리 후 경기장에 선수단을 모아 “여러분이 캐나다의 영웅”이라며 “미래에 이 나라에서 축구를 하는 어린이들의 미래는 여러분 덕에 더 밝아질 것이다. 오늘 경기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시 마시 감독이 29일 남아공과의 32강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을 모한 데 모아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제시 마시 감독이 29일 남아공과의 32강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을 모한 데 모아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남아공이 아니라 한국이 치를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조별리그 B조 2위로 32강행을 확정 지어놨던 마시 감독 역시 이 경기 상대가 한국일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봤었다.

마시 감독은 32강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혹시 한국 상대를 염두에 두고 대비했던 전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한국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상대를 가정했다. 한국이 내가 알고 있었던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줄 알았다”며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니 남아공이 오히려 훨씬 우세했다. 개개인의 기량이나 역습 상황에서는 물론이고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고 했다.

캐나다 축구 팬들이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32강전 승리 후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캐나다 축구 팬들이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32강전 승리 후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한국을 꺾은 남아공을 꺾고 16강 진출의 새 역사를 쓴 마시 감독이 캐나다 지휘봉을 잡기까지의 순탄치 않았던 곡절도 주목받고 있다.

마시 감독은 2022년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에 선임됐으나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경질됐다. 이후 마시 감독은 조국인 미국 감독 자리를 제안받고 EPL 팀인 레스터시티 감독 자리를 거절한 뒤 미국 대표팀을 이끌 준비를 했다. 하지만 미국축구협회 지도부가 갑자기 뜻을 바꾸면서 ‘백수’ 신세가 됐다.

곧바로 미국 바로 옆 나라이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준비하며 유능한 지도자를 선임하려 했던 캐나다가 마시 감독에게 관심을 보였다. 한국 역시 2024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마시 감독을 1순위 후보로 놓고 캐나다와 경쟁했다. 마시 감독은 오스트리아 RB 잘츠부르크 시절 황희찬을 지도한 인연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국내 거주에 대한 부담, 세금 문제 등으로 마시 감독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넉넉지 않은 재정 사정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은 건 캐나다축구협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캐나다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인 세 구단(밴쿠버, CF 몬트리올, 토론토 FC)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부족한 자금을 보태기로 하면서 마시 감독의 캐나다행이 확정됐다.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이 29일 남아공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이 29일 남아공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두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자국 축구협회에서 감독직을 두고 농락을 당했던 마시 감독은 이제 캐나다에서는 “시민권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국민 영웅이 됐다. 캐나다를 16강으로 이끄는 골을 넣은 유스타키오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지금 우리 선수단은 월드컵 토너먼트 첫 승리로 온 나라의 영웅이 됐다. 감독님은 당연히 시민권을 받으실 자격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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