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기 찾은 류선규 前SSG단장
“프로야구 평일 만원관중 보면 뿌듯
프런트가 뭔지 알려주는 일 하는 중”
8일 덕수고와 광주제일고의 황금사자기 대회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류선규 전 SSG 단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올해도 훌륭한 재목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야구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그대로였다.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열리고 있는 8일 서울 목동야구장을 찾은 류선규 전 SSG 단장(55)은 이렇게 말했다.
류 전 단장은 야구 커뮤니티 ‘네임드 유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단장까지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7년 LG 프런트로 입사한 그는 2001년에는 SK(현 SSG)로 팀을 옮겨 다양한 보직을 거친 뒤 2020년 단장에 취임했다. SK의 마지막 단장이자 SSG의 초대 단장을 지낸 그는 2022년 SSG의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위)’ 우승을 함께 했다. 그해 말 현장을 떠난 그는 “매 경기를 1회부터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차라리 (와이어 투 와이어 기록이) 빨리 깨졌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프런트 연수도 다녀온 류 전 단장은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누구보다 꿈꿔 왔던 사람이다. 그는 “예전에는 어린이날 아니면 만원 관중이 좀처럼 없었는데 지금은 평일에도 매진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LG팬들에게 익숙한 ‘유광 잠바’ 보급부터 SK의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합성어) 등이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현재 그는 야구장 밖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 중이다. 26년간의 프런트 생활을 바탕으로 야구 칼럼을 쓰고, 야구 방송에 출연하며, 개인 유튜브 방송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홍석만 수학 교사와 함께 ‘야구X수학’이란 책을 펴내며 ‘작가’가 됐다. 그는 “야구 관련 일을 오래했지만, 구단 밖으로 나오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더라. 새로 느끼고 경험하는 게 많다”면서 “여전히 바쁘게 지내지만 단장을 맡고 있을 때와 달리 스트레스 없이 야구를 볼 수 있는 건 좋다”고 말했다.
류 전 단장은 “요즘 어린 팬들도 야구에 대해 깊이 아는 것 같아 놀라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프런트는 아직 익숙한 영역이 아닌 것 같다”면서 “몇몇 팬들은 프런트를 굉장한 권력을 가진 ‘회사 편’으로 오해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프런트의 고민과 역할이 무엇인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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