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기다린 윌리엄스 “함성 소리, 믿을 수 없을 정도”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29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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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대체 외국인 타자 윌리엄스, 2경기 만에 눈도장 찍어
미국서 KBO리그 중계보며 한국 야구에 관심 가져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30)가 KBO리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메이저리그가 멈춰섰던 지난 2020년, KBO리그가 개막하자 전세계의 시선이 한국으로 쏠렸다. 미국 최대 스포츠전문 방송사인 ESPN은 KBO리그 경기를 미국 전역에 중계하기 시작했다.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윌리엄스는 “코로나19때 ESPN 등 중계를 보고 한국 야구를 접하게 됐다. 1년 전까지 함께 뛰었던 애런 알테어(당시 NC 다이노스)도 나와 더 관심있게 지켜봤다”고 떠올렸다.

관심은 기대로 이어졌다. “그 이후 ‘한국에서 뛰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는 윌리엄스는 “에이전트에게 오전 6시에 (한화와 계약에 관한) 전화가 왔는데,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 가족들과 ‘이게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뻐했다”며 한화행에 들떴던 마음을 드러냈다.

새 유니폼을 입으며 등번호는 ‘3’을 택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형이 가장 좋아했던 번호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고등학교 때도 3번 유니폼을 입었다”며 “3번이 나에겐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KBO리그에 관심이 컸던 윌리엄스 만큼이나 한화도 새 외국인 타자를 기다렸다.

한화와 개막을 함께 맞은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타율 0.125, 8타점의 극심한 부진 끝에 지난달 방출됐다. 외국인 타자 공백 속에 시즌을 치러야 했던 한화는 지난 18일에야 윌리엄스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윌리엄스가 27일 대전 KT 위즈전에 4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하면서 한화는 오그레디의 마지막 경기 이후 40일 만에 외국인 타자 이름을 선발 라인업에 넣을 수 있었다.

한화가 얼마나 외국인 타자에 간절했는지는 팬들의 함성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윌리엄스는 데뷔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타점 1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은 커다란 함성으로 새 외인을 환영했다. 윌리엄스의 몸을 날린 다이빙캐치에는 여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윌리엄스는 첫 경기를 소화한 소감에 대해 “굉장히 흥분되고 기쁘다. 팬들이 응원하는 함성 소리나 구장 내 분위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며 놀라워했다.

비록 첫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진 못했지만 확신은 얻었다. 윌리엄스는 “안타를 만들지 못했고, 첫 타석에선 삼진을 당했지만 그 다음 타석에선 충분히 좋은 타구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이 충전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을 결과로 보여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데뷔 두 번째 경기인 이날 KT전에서 4타수 2안타 1득점을 수확했다.

2회 상대 선발 웨스 벤자민을 상대로 좌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로 KBO리그 첫 안타를 신고했다. 5회에도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려 멀티 히트를 모두 장타로 장식했다. 7회에는 뜬공을 날린 뒤 상대 중견수의 포구 실책이 나오자 단숨에 2루까지 진루하는 공격적 주루플레이도 선보였다.

KBO리그에서 두 번째 경기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기분 좋은 출발이다.

한화는 이날 윌리엄스의 활약 속에 KT를 6-4로 꺾고 6연승을 달렸다. 1371일 만에 일군 6연승이다.

윌리엄스는 “‘팬 여러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열정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팀이 기다렸던 ‘외국인 타자’가 승리와 함께 팀에 안착하고 있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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