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판티노 FIFA 회장 “월드컵은 북한에서도 열 수 있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0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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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개막식을 하루 앞둔 19일 도하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약 45분간 사실상 독백에 가까운 연설을 하며 카타르 월드컵에 쏠리는 인권유린 등의 비판의 목소리에 반박했다. 개막전 전날 기자회견은 보통 경기 관련 내용이 논의되는 게 일반적인데 인판티노 회장은 이례적으로 서구의 인권 관련 비판에 대한 ‘위선’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이런 반박 과정에서 “월드컵은 북한에서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타릉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도하=AP 뉴시스
카타릉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도하=AP 뉴시스

이날 인판티노 회장은 “비판하려는 자는 나에게 와라. 내가 여기 있으니 나를 비판하라”며 “카타르, 선수를 비판하지 말고 원한다면 나와 FIFA를 공격하라. 내가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은 사상 첫 중동에서 열리는 월드컵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이하의 보수를 받는 등 노동착취가 논란이 됐다. 또 공사과정에서 다수가 사망했으나 정부가 정확한 사망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등 이들의 인권이 무시됐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인판티노 회장은 “유럽인들이 지난 3000년간 해온 일을 생각하면 도덕적 훈계를 하기 전에 향후 3000년은 사과를 해야한다”며 카타르에 쏟아지는 비판을 반박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는 국제 축구 기관이다. 우리는 축구인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고자 한다. 어떤 나라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 북한이라도 가능하다”며 “몇 년 전 북한에 남한과 여자월드컵을 공동개최할 준비가 되어있는 지 의사를 묻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도움이 된다면 백 번이라도 더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국가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면서 북한의 사례를 든 것이다.

그는 “여전히 이번 월드컵이 서구권에서 아랍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열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르고 다른 신념과 역사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이곳에 와서 뭔가가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말만하지 말고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지도 함께 말한다면 함께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카타르, 아랍, 아프리카, 게이, 장애인, 그리고 이민노동자들에 대해 공감한다”며 자신 역시 스위스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인한 부모님 밑에서 크며 억양과 외양 때문에 괴롭힘 받았던 개인사도 꺼냈다. 그는 “난 카타르인도, 아랍인도, 아프리카인도, 게이도, 장애인도 아니다. 하지만 공감할 수 있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차별받고 괴롭힘 받는 게 어떤 것인지는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개혁과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유럽에서도 몇 백년이 걸린 일이다. 어디서든 그렇다. 변화를 이끌려면 소리를 지를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카타르의 국제 인권단체인 이퀴뎀 대표 무스타파 카드리는 성명을 내고 “역사는 이 순간에 대해 결코 친절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인판티노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 수천 명이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차별과 착취를 당하며 노동한 것에 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들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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