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개막전서 데뷔 꿈 이룬 ‘누구의 동생도 아닌’ 신인 최효서 [강홍구의 터치네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7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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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의 선발 명단에 예기치 못한 이름이 있었다. 바로 신인 리베로 최효서(18)다.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그는 아직 채 고등학교(한봄고) 졸업도 하지 않았다. 팬들에겐 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센터) 최정민(20)의 동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효서가 초등학교 3학년, 최정민이 5학년 때 나란히 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주전 리베로 노란(28)이 국제대회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공백이 생긴 인삼공사는 애초 고민지(24), 서유경(22) 2인 리베로 체제로 팀을 꾸려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즌을 준비하면서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의 생각이 바뀌었다. 훈련 과정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최효서를 과감하게 팀 개막전 선발로 기용했다. 여자부 사령탑으로 데뷔전을 치르는 고 감독으로서도 용기를 낸 결정이었다. 실제로 시즌 막바지 훈련에서도 주전 팀원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에게 ‘정해진 주전’은 없다. 훈련 과정에서 좋았던 선수가 경기에 나간다고 말했다. 주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원칙을 세워야 팀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고 감독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고등학교 졸업도 안 한 선수가 얼마나 떨렸겠나.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날 1~5세트 내내 선발 출전한 최효서는 리시브 효율허겁지겁하는를 기록했다. 총 22차례 서브를 받아 9개를 토스해확공격 득점으로고연결한 때도을 기록했다. 디그는 25개를 시도해 22차례 성공했다. 아직 코트 위에서 허겁지겁 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팀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토스를 해 공격득점으로 연결시킨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무엇보다 신인 최효서가 좋은 플레이를 할 때마다 인삼공사 코트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날 경기에는 최효서 외에도 1라운드 4순위 신인 세터 박은지(18)도 투입돼 활약했다. 박은지 역시 최종 5세트에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신인들의 알토란 같은 활약에 인삼공사는 이날 3-2 승리를 따냈다.

팀 개막전부터 데뷔에 성공한 최효서는 이날 언니 최정민과 코트에서 마주하는 또 하나의 꿈을 이뤘다. 언니 최정민이 1세트 중반 교체 투입되면서 먼저 코트 안에 들어와 있던 최효서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서게 됐다. 이날 경기장엔 두 선수의 부모님도 와 있었다. 최효서는 “(코트에 들어오는) 언니 표정이 무덤덤해서 나도 무덤덤하게 있던 것 같다”면서도 “언니와 상대하는 그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다.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최효서는 언니 최정민의 공격을 몇 차례 막아내기도 했다.

경기 뒤 최효서는 “언니들이랑 (경기 내내) ‘끝까지 가자’라고 했는데 결국 승리해서 기쁘다. 옆에서 언니들이 잘 도와준 덕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스스로 경기에 대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좀 더 언니들을 도와줄 수 있었는데 아쉽다.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며 100점 만점에 50점이라는 다소 박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올 시즌 각오를 묻는 말에는 “더 열심히 해서 신인왕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시즌 전 “경기에 들어가서 범실만 안 하면 좋겠다”라던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자회견 옆자리에 앉아있던 주장 이소영(28)도 “은지랑 둘 다 열심히 해서 (신인왕) 집안싸움 내면 되겠다”라며 최효서를 지원 사격했다. 당장 이날 인삼공사 코트에만 세터 염혜선(31·2008~2009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2012~2013시즌), 이선우(20·2020~2021시즌) 등 3명의 신인왕이 최효서와 함께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겨우 첫걸음을 떼어냈을 뿐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최효서의 얼굴은 누구보다 설레고 밝았다. 최정민도, 누구의 동생도 아닌 프로선수 최효서의 앞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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