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이닝 이터’, MLB에 다시 나타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4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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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평균 7.3이닝 던져 주목

샌디 알칸타라. 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 알칸타라.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닝 이터’가 멸종될 위기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규정이닝을 채우고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는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이 마지막이다. 당시 류현진은 25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92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해 경기당 평균 7이닝을 넘겼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이닝이터는 사라지는 추세다. 그런데 올 시즌 경기당 평균 7이닝 투구를 넘긴 선수가 오랜만에 나와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 MLB 선발투수들의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은 5.2이닝인데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는 평균 7.3이닝을 던지고 있다.

알칸타라의 퍼포먼스는 최고의 평균 이닝 소화력을 보였던 2014년 커쇼를 웃도는 수준이다. MLB에서도 한 시즌 평균 7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는 커쇼가 2013~2016 4시즌 연속해 평균 7이닝 투구를 기록한 이후로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2012년 3명, 2013년 4명, 2014년 4명, 2015년 1명, 2016년 2명으로 해마다 명맥은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종적을 감췄다. 올 시즌 알칸타라의 압도적 이닝 소화력이 주목받는 이유다. MLB에서도 선발투수의 평균 소화 이닝이 6이닝을 넘긴 것은 2011년(6.03)이 마지막이다. 이제 선발투수는 5이닝만 마치면 자신의 역할을 다 한 것으로 여겨진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 전반기까지 선발로 등판해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진 투수는 14명이다.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고 국내 투수들로만 보면 고영표 소형준(이상 KT), 안우진(키움), 김광현(SK), 원태인(삼성), 박세웅(롯데), 이태양(SK)까지 7명이다.

현대야구는 이닝이터가 생기기 힘든 환경이다. 장기전이기 때문에 감독, 코칭스태프가 한 투수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려진다. 이닝이터가 탄생하려면 일단 투수가 적은 투구수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거기에 부상 위험이 없는 몸 상태까지 계속 유지해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닝이터가 고사하면서 완봉은 커녕 완봉의 ‘기회’마저 줄어든다. 가장 최근인 10일 NC전에서 안우진은 2-0으로 앞서던 경기에서 9회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내려왔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8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한 안우진은 완봉의 아쉬움에 대해 “아직은 엄청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 요새 형들이랑 얘기해보면 다음 경기도 많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점수 차이가 많이 나거나 그러면 욕심은 나겠지만”이라며 장기 레이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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