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500m ‘이상화 후계자’ 김민선 “오늘 1000m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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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평창 16위서 베이징 7위로 ‘껑충’… 金 잭슨, 30세로 적지 않은 나이
고다이라도 36세로 경기력 감퇴… 23세인 김민선 4년후 기대 커져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7위로 선전하며 다음 올림픽에서의 메달권 입상 기대감을 부풀린 ‘포스트 이상화’ 김민선이 자신의 숙소 방문에 대표팀 동료들이 붙인 ‘지구 7위 김민선’이란 문구를 보고 ‘찐웃음’을 짓고 있다(왼쪽 사진). ‘우상’인 이상화의 500m 세계기록 옆에 자신이 2017년 세운 주니어 세계기록을 가리키고 있는 김민선. 사진 출처 김민선 인스타그램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7위로 선전하며 다음 올림픽에서의 메달권 입상 기대감을 부풀린 ‘포스트 이상화’ 김민선이 자신의 숙소 방문에 대표팀 동료들이 붙인 ‘지구 7위 김민선’이란 문구를 보고 ‘찐웃음’을 짓고 있다(왼쪽 사진). ‘우상’인 이상화의 500m 세계기록 옆에 자신이 2017년 세운 주니어 세계기록을 가리키고 있는 김민선. 사진 출처 김민선 인스타그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 간판 김민선(23·의정부시청)이 ‘포스트 이상화’로 한발 더 다가가는 의미 있는 타이틀을 얻었다.

김민선은 13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60으로 선전하며 7위에 올랐다. 평창 대회 16위에서 순위를 크게 당겼다. 그래서 대표팀 동료들도 김민선의 숙소 방문에 500m를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잘 탔다는 의미로 ‘지구 7위’라고 쓴 종이 팻말을 붙이고 축하를 해줬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4년 후 기대감을 크게 부풀렸다. 최초의 흑인 여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에린 잭슨(미국)이 이상화-고다이라 나오(일본)로 이어진 빙상 여제 왕관을 새로 받았다고는 하나 나이가 30세라 적잖다. 36세의 고다이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힘과 경기력이 꺾였다. 500m 깜짝 은메달을 딴 28세 다카기 미호(일본)는 중장거리 전문이다. 동메달 안겔리나 골리코바(러시아)도 31세다. 김민선의 7위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는 메달 가능권일 수 있다. 소속팀 제갈성렬 감독도 “조금만 인내하면 밀라노는 너의 올림픽이 된다. 내가 정상에 오를 때까지 지켜줄게”라며 성과에 만족했다.

‘포스트 이상화’가 영광스럽지만 이상화라는 존재감이 너무 커 다가갈 거리가 멀다고 느꼈던 김민선은 확실하게 세계 7위로 홀로서기를 하며 간격을 좁혔다. 옆에서 힘이 된 이상화가 은퇴해 허전함이 컸지만 동경하던 우상이 애정을 갖고 물려준 국제 경기 경험과 스케이팅 노하우는 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김민선이 결선 후 이상화에 대한 질문에 살짝 눈물을 보인 것도 자신을 후계자로 기꺼이 인정해준 선배에 대한 고마움이 커서였다.

김민선으로선 17일 열리는 1000m 레이스가 ‘대선배’에게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000m 랭킹은 22위지만 자기 최고 기록(1분14초60)을 깨고 500m에서처럼 순위를 끌어올린다면 확실하게 단거리 톱 레벨에 오를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500m 톱 랭커들은 1000m에도 강하다. 평창 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을 차지한 고다이라는 당시 1000m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도 2위다. 골리코바도 4위다. 500m에서 한동안 강자였던 브리트니 보(미국)도 세계기록(1분11초61) 보유자면서 이번 시즌 1위다. 이상화도 500m 세계 최강이었던 2013∼2014시즌 1000m에서도 10위권 내에 있었다. 김민선이 1000m 레이스에서 500∼1000m 구간을 잘 타면 500m 레이스 운영에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500m를 넘어 1000m까지 파워 넘치는 질주를 펼친 선수들이 500m에서도 기록 상승 폭이 더 크다. 메달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김민선의 역주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평소 자주 짓는 ‘찐 웃음’을 17일 잠시 감추고 예리하게 눈빛을 바꿀 김민선이 다시 ‘이상화 판박이’를 향해 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김민선#이상화 후계자#10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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