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차민규 “이제 ‘깜짝 銀’ 소리 안들었으면”…18일 김민석과 1000m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2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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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올림픽이 ‘체질’이다.

한국 남자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12일 중국 베이징 내셔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34초42의 기록으로 ‘깜짝’ 은메달을 획득했던 차민규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완벽한 모습으로 자신의 두 번째 은메달을 얻었다.

10조에서 레이스를 2위로 마치고 남은 주자들의 레이스를 초조하게 바라보던 차민규는 마지막(13조) 주자들의 레이스가 끝난 뒤 코치진과 어깨를 맞잡고 기뻐했고 태극기를 펼쳐들고 김준호(27·강원도청)와 환하게 웃으며 경기장을 돌았다. 11조 주자로 레이스를 치른 김준호는 34초54로 6위에 올랐다. 10위 안에 한국 선수 두 명의 이름이 오른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었다.

금메달은 새 올림픽 기록을 세운 중국의 가오팅위(25·34초32), 동메달은 일본의 모리시게 와타루(22·34초49)에게 돌아갔다.

차민규는 초반 100m 직선구간을 9초64로 30명 중 전체 7위로 통과했다. 1위 카오팅위(9초42)와 0.22초 차였다. 하지만 코너구간에서 라인에 바짝 붙어 격차를 좁힌 뒤 뒷심을 발휘하며 남은 400m를 24초75만에 돌았다. 이 구간 기록은 전체 1위다. 가오팅위의 기록은 24초90이었다.

평창 대회 이듬해인 2019년 3월, 월드컵 파이널에서 한국기록(34초03)을 세우며 선수생활의 정점을 찍은 차민규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 참가, 훈련량이 줄었고 이 여파로 2021~2022 월드컵시리즈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동안 안고 있던 스케이트의 결함, 골반 부상 등도 그의 발목을 잡아왔다. 올림픽이 가까워오며 날 문제를 해결하고 코어운동에 집중한 결과 밸런스를 찾으며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나갔다. 카오팅위의 기록에 가려졌지만 차민규의 이날 기록도 평창 대회 당시 노르웨이의 호바르 로렌젠(30)이 세운 34초41을 0.02초 앞당긴 좋은 기록이다. 가오팅위보다 먼저 레이스를 펼쳐 똑같은 성적을 거뒀다면 4년 전처럼 잠시 동안 올림픽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경기 후 차민규는 “가족 등의 도움 덕에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거 같다. 4년 전 깜짝 은메달을 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제 깜짝이라는 소리 안 들었으면 좋겠다. 조용히 묵묵히 노력을 하고 있었다”며 웃었다.

차민규는 18일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23·성남시청)과 스피드스케이팅 1000m 메달에도 도전한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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