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장애물 만나도 이겨낼것”… ‘판정 텃세’ 실력으로 극복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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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 준결 ‘완벽한 1위’ 불구 실격처리 후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생각하라”… ‘농구 황제’ 조던의 명언 SNS 게재
오늘 쇼트트랙 1500m 다시 金도전, 왼손 11바늘 봉합 박장혁도 재출격

7일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판정 논란 끝에 실격 처리된 에이스 황대헌은 이날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황대헌은 9일 남자 1500m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뉴시스
7일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판정 논란 끝에 실격 처리된 에이스 황대헌은 이날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황대헌은 9일 남자 1500m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뉴시스
지난달 출국을 앞두고 만난 황대헌(23·강원도청)에게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최국 중국의 ‘안방 텃세’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황대헌은 “그런 걱정보다는 지금 훈련을 견뎌내는 게 더 큰 일”이라며 웃고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상대와의 충돌, 심판 판정 등 많은 변수가 야속하지는 않으냐는 질문에는 “그런 변수 또한 경기의 일부다. 변수가 많은 만큼 성공했을 때 더 강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 1조 경기를 1위로 마쳤지만 심판의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나오면서 실격 처리됐다. 이어 2조에서도 이준서(22·한국체대)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의 대회 첫 금메달 꿈이 사라졌다.

누구보다 충격이 컸을 황대헌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다. 경기 뒤 “나중에 하겠다”고 짧게 답하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간 황대헌은 이날 밤 늦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심경을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마이클 조던의 명언인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 서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고 돌아서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 생각하라’는 글을 올렸다. 남은 경기에서도 나올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남자팀 에이스 황대헌은 남은 남자 500m, 1500m와 5000m 계주 등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9일 열리는 남자 1500m는 한국 선수단이 5개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딸 정도로 강세인 종목이다. 개인 종목 중 가장 긴 레이스를 펼치는 1500m는 레이스 초반 앞서나가기보다는 중후반 승부를 거는 한국 선수들의 스타일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황대헌은 2018 평창 대회 당시 1500m 결선에 진출했다. 팬들은 황대헌의 인스타그램에 찾아가 ‘누가 뭐래도 최고는 황대헌’ ‘몇 번을 돌려봐도 완벽한 경기’ 등의 응원 댓글을 남겼다.

중국 우다징과 충돌해 찢어진 박장혁의 왼손. 쇼트트랙 대표팀 이소희 코치는 “부상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며 “(경기에 뛰고자 하는) 선수의 의지가 강하다. 계속 상태를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중국 우다징과 충돌해 찢어진 박장혁의 왼손. 쇼트트랙 대표팀 이소희 코치는 “부상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며 “(경기에 뛰고자 하는) 선수의 의지가 강하다. 계속 상태를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7일 1000m 준준결선에서 왼손이 찢어져 11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은 박장혁(24·스포츠토토)도 1500m를 비롯해 남은 경기에도 출전하겠다는 투지를 보였다. 박장혁은 당시 이탈리아 피에트로 시겔과 충돌했고 빙판에 넘어진 뒤 뒤따르던 중국 우다징의 스케이트 날에 왼손을 다쳤다. 9일 1500m 출전 여부는 당일 상태를 확인해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동료 올림피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대회 남자 계주 멤버인 김도겸(29)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피언이라는 것이 당당하지 못하고 부끄럽다는 생각. 부끄럽고 쓸쓸하고 아픈 하루다”라는 글을 올렸다. 2014년 소치 대회 2관왕인 박승희 SBS 해설위원(30)도 “이 기분을 또 느낄 줄이야. 그것도 2배로”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 위원은 당시 1000m 결선에서 피니시라인을 앞두고 중국의 판커신(29)이 자신을 잡아채려는 ‘나쁜 손’ 동작을 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결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옐로카드를 받아 실격된 헝가리 대표팀의 중국계 선수 류 사오린 샨도르(27·아버지 중국인, 어머니 헝가리인)는 대신 금메달을 획득한 런쯔웨이(25)에게 축하를 보내며 “쇼트트랙은 아름다운 스포츠. 나는 더 열심히 영리하게 훈련할 것”이란 글을 남겼다. 오히려 그의 동생이자 1000m 동메달을 딴 류사오앙(24)이 형 사진과 함께 “챔피언을 영원히 존경한다”는 글을 올리며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베이징 겨울올림픽#올림픽 쇼트트랙#판정 텃세#황대헌#박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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