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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초3 딸 응원 업고… ‘눈밭 철인’ 이채원의 6번째 올림픽

입력 2022-01-29 03:00업데이트 2022-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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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 D―6]41세 여자 크로스컨트리 전설… 평창 뒤 은퇴했지만 작년 복귀
“엄마와 떨어지는 게 싫다던 딸… 힘차게 운동해서 자랑스럽대요
마지막 도전, 33위 꼭 넘을 것”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살아 있는 전설’ 이채원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엄마 한 번만 봐줄래?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지난해 2월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이채원(41·평창군청)은 초등학교 3학년 딸 장은서 양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채원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었다. 긴 시간 해외 전지훈련으로 딸을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강원 평창에서 훈련 중인 이채원은 2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출전에 앞서 딸의 대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했다.

딸의 첫 반응은 서운함이었다. “4년 전에는 평창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꼭 다시 가야 돼?”라고 되묻는 딸의 말에 가슴이 미어졌다. 딸의 동의를 얻고서도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채원은 25일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깜짝 놀랐다. 남편이 아내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직접 요청한 음성 편지였다. 장 양은 “훈련을 떠나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힘차게 운동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의 응원에 이채원은 이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인생 최고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6회)을 세우는 그는 2014 소치 올림픽 33위(30km 프리) 이후 평창에서 51위(10km 프리)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채원은 생에 마지막 올림픽이 될 베이징에서 32위 이상의 성적을 반드시 올리겠다는 각오다.

이채원은 이번에 스키애슬론 15km와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 10km 등 세 종목에 도전한다.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스키애슬론이다. 스키애슬론은 클래식과 프리스타일 주법을 반씩 나눠 달리는 경기다. 이채원은 “경기 후반 7.5km를 달리게 될 프리스타일 주법에 자신 있다. 경기 중후반에 V2(퀵스케이팅활주) 주법을 사용해 평지에서 속도 내는 걸 잘하는데 이 특기를 활용하면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출국한 이채원은 개막식 직후인 다음 달 5일 첫 경기인 스키애슬론에 출전한다. 키 165cm 이상의 선수들이 즐비한 올림픽 무대에서 154cm의 작은 키이지만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 “남들 한 발짝 갈 때 내가 두 발짝 더 뛰면 돼요. 한국에 있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인생 최고의 성적을 내고 돌아올 거예요.”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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