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역대 최연소·최소경기로 2000안타 달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5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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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달성한 대기록이지만 ‘공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부담이 컸나보다. 14일 LG전. 1회초 무사 1루에서 3루수 방면으로 기습번트를 친 뒤 전력으로 질주해 1루를 밟은 손아섭(34·롯데)은 비로소 멋쩍게 웃을 수 있었다. KBO리그 역대 13번째 2000안타였다.

사실 손아섭의 2000안타는 2020 도쿄 올림픽으로 KBO리그가 휴식기에 접어들기 전 달성됐다. 지난달 10일 삼성전에서 안타 3개를 치며 통산 1999번째 안타를 기록했는데, 6월 27일 두산전에서 친 1안타가 ‘적립’된 상황이라 사실상 2000안타나 마찬가지였다. 6월 27일 경기는 경기중 내린 갑작스러운 비로 서스펜디드가 선언된 후 10월 7일 재개 예정이다.

달성했지만 아직 인증이 안 된 기록을 의식해서인지 손아섭도 몇 경기를 방황했다. 올림픽 휴식기 직전 마지막 경기인 지난달 11일 삼성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2000안타 달성을 올림픽 이후로 미룬 손아섭은 11일 리그 재개 이후 3경기 동안 무안타로 침묵했다. 결국 14일 경기에서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한 재치 있는 플레이로 ‘안타 1개’를 쥐어짰고 자신을 짓눌러오던 부담에서도 완벽하게 벗어났다. 3-3으로 맞선 7회초 2사 1루에서는 결승타가 된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쳤다.

손아섭의 2000안타는 KBO리그 역대 13번째 기록이지만 최연소와 최소경기를 동시에 세운 의미있는 기록이다. 손아섭은 33세4개월27일 만에 2000안타를 기록했는데, 장성호 KBSN 해설위원(44)의 34세11개월을 약 1년 반 이상 앞당겼다. 또한 2007년 KBO리그에 데뷔한 후 1636경기 만에 2000안타 고지를 밟아 이병규 LG 코치(47)의 1653경기를 17경기 앞당겼다. 서스펜디드 경기가 재개돼 6월 27일 경기가 무사히 끝나면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도 33세3개월22일, 1631경기로 줄어든다.

이른 나이에 2000안타 고지에 오른 손아섭이 지난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박용택 KBSN 해설위원(42)의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2504개) 기록을 넘어 최초 3000안타 고지에 오를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위원은 손아섭처럼 만 33세였던 2012시즌부터 은퇴 때까지 1100안타 이상을 기록해 손아섭의 대기록 달성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아시아 통산 최다안타 기록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한 장훈(81)의 3085안타인데, 이 또한 도전해볼만하다.

14일 경기 이후 손아섭은 “KBO리그의 전설들과 2000안타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록 욕심도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매 타석 간절한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몸 관리에 신경 쓰며 달려오다 보니 큰 기록을 세운 것 같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몸 관리를 잘 해서 매 타석 (기록을) 소중히 쌓다보면 한국에서 최초, 아시아에서 두 번째 3000안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본다. 부상 없이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야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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