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코트에서 ‘정지’없이 뛰는 전희철 감독의 행복 농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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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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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코트에 서서 발붙이고 있는 농구는 절대 안 할 겁니다.”

4월 프로농구 SK의 새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48)이 팀 변화의 방향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방향을 따라갈 계획도 세웠다. 전 감독은 SK에서 2군 감독과 전력분석을 2년, 코치를 10년 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바꿔야할지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14일 만난 전 감독은 “좋은 옛 집의 터를 문경은 전 감독과 함께 파고 골조도 짰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니 낙후된 데가 있다. 진단을 다시 잘 해서 깨끗하고 튼튼한 집으로 바꾸는 게 내 임무”라며 “팬들이나 언론 등 외부에서 잔소리를 덜 듣는 게 1차 목표”라고 콕 짚어 말했다. 그래서 캐치프레이즈도 ‘활발한 소통, 끈끈한 팀워크’로 바꿨다. 전 감독은 “외부에서 잔소리를 덜 듣는다는 것은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내부에서 코치, 트레이너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막히는 부분을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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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마다 공수에서 역동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잔소리를 덜 듣게 할 변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SK농구가 빠른 농구를 펼치면 승률이 높은데 막히면 단조로워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전 감독은 우선적으로 웜업과 스트레칭을 강화해 부상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바꿨다. 전 감독은 “SK 농구가 속도감이 떨어지고 성적이 안 좋아지는 건 1차적으로 부상 이유가 절반”이라며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긴 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틀을 짜서 부상 방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주전들의 부상율을 최대한 낮춘다는 것을 전제로 공격에서는 속공과 지공 사이 중간 단계 템포 공략, ‘세컨드 브레이크’(1차 속공이 저지된 후 이뤄지는 빠른 2차 속공)을 밑바닥부터 세밀하게 다듬을 생각이다. 속공이 실패하고 다시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외곽으로 빠져 나오는 패스를 받아 던지는 3점 슛의 정확도가 높은 슈터 허일영을 오리온에서 영입한 것도 2차 속공의 다양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해보고 싶었던 공격 농구 스타일이다. 전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농구가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공과 선수가 멈추는 농구가 아니라 계속 돌아가는 농구다. 가드 토니 파커를 중심으로 ‘세컨드 브레이크’를 끊지 않고 계속 시도를 하는 스타일의 농구”라며 “분명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또 대처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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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 슈터 허일영을 영입하면서 3, 4번 포지션에 기용하는 포워드 안영준을 2번 슈팅가드로 기용해볼 계획이다. 안영준의 가세로 2차 속공에서 허일영과 쌍포가 터질 수 있는 옵션을 실험한다. 전 감독은 “2번 포지션을 맡으면 공 콘트롤 시간이 늘어나 무기가 많이 생길 것이다. 신장이 작은 수비가 붙어 유리하고 2대2 공격도 많이 할 수 있다. 그러면 더 발전한 3번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수비는 새로 맡은 팀처럼 약속된 틀을 여러 개 만들어 수비 조직력이 느슨해질 상황을 대비하겠다고 했다. 전 감독은 “미리 약속된 패턴에 대해 충분한 훈련이 돼 있으면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못을 따질 일이 없다. 수비에 대해선 연습에서 120% 효과가 나는지 확인할 것이다. 우리끼리의 연습에서도 수비가 통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쓸 수 없다. 지난 시즌과는 180도 다른 타이트한 수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5명 전원이 수비에서 신이 나 공격에서도 코트에 발 붙일 틈이 없이 뛰는 농구. 마치 ‘에어 희철’ 아바타 5명이 뛰는 듯한, 전 감독이 꿈꾸는 행복 농구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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