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확실한 ‘행정가 박지성’, 결국 유소년이 답이다

뉴스1 입력 2021-01-21 17:49수정 2021-01-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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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가 박지성이 가장 강조했던 것은 유소년에 대한 투자다. (전북현대 제공) © 뉴스1
20분 정도 그리 길지 않았던 기자회견 동안 박지성(40)의 입에서는 같은 단어가 많이도 반복됐다. ‘유소년이 중요하다’ ‘결국은 유소년 쪽에…’ ‘유소년 시스템을 바꿔야…’ 등 전북현대의 ‘어드바이저’로 새 출발을 앞둔 ‘행정가 박지성’의 무게중심은 확실히 ‘유소년’ 쪽에 놓여 있었다.

K리그에 첫 발을 내딛는 박지성 전북현대 어드바이저(이하 위원)가 21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스튜디오 고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모두 전북과 공유할 것”이라는 각오를 피력했다.

박 위원은 “선수 은퇴 후 행정과 관련해 공부를 많이 했는데 K리그에서 행정가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도 많이 한 전북현대에서 일을 하게 돼 나 역시 기쁘고 기대가 크다”면서 “내 모든 것을 구단과 공유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앞서 전북은 지난 19일 “박지성 위원은 프로와 유소년의 선수 선발, 육성 및 스카우팅, 훈련 시스템 제시 등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된다”고 알린 바 있다. 특별한 틀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도움을 줄 예정이다. 그렇다고 두루뭉술하게 이것저것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찍은 ‘방점’의 위치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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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난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축구 철학은 중요치 않다. 일단 클럽이 어떻게 운영됐고 팬들은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조사하고 알아봐야한다. 클럽은 지역의 색깔을 반영하고 쌓여진 역사 속에서 정체성이 나온다. 클럽의 정체성과 철학을 어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가 행정가로서의 이상적인 자세”라며 큰 틀에서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짚었다.

이어 “전북은 이미 K리그 최고 클럽이다. 때문에 내가 온다고 1군 운영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다. 하지만 유소년 쪽에는 많이 신경쓰겠다”면서 “가장 큰 중점은, 선수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유소년 대회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그것이 프로에서의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소년 대회 성적을 떠나 얼마나 많은 선수를 1군에 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유럽의 시스템을 접목시키겠다”고 방향성을 설명했다.

은퇴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유소년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 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박지성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성은 “내가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뿐 아니라 아약스와 아인트호벤 등 여러 구단을 다녀봤는데, 그 클럽들이 생각하는 유소년에 대한 관심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면서 “전북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봐야겠지만 변화가 필요한 곳은 역시 유소년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북은 K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팀이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 최고의 성적에 그치지 않고 진짜 리딩 클럽이 됐으면 한다”면서 “전북에서 시작하면 다른 팀들이 따라가는, 그런 시기로 가야한다. 전북이 선두에서 K리그를 이끌어 나갔으면 한다”며 다른 팀들도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한다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성은 현재 지도자 코스를 밟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지난여름부터 영국에서 지도자 과정에 돌입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만 마친 상태이고 그래서 당장은 한국에 들어와 지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관련해 훗날 지도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그는 “적어도 프로팀 감독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도자 수업을 받는 포인트도 유소년과 무관치 않았다.

일단 박지성은 “축구선수 출신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도자로 변모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고 싶어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런 것을 알면 행정가 입장에서 지도자와 교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넓은 시각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행정가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는 관심이 있다. 그래서 B급 코스까지는 밟으려 한다. (프로팀 감독이 될 수 있는)P급까지 딸 생각은 전혀 없다”는 말로 유소년에 대한 특별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바로 앞에만 보면 분명 한계가 있다. 멀리 봐야 궁극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아는 답이다. 은퇴 후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 역시 유소년이었다.

박지성은 “전북현대를 많은 클럽들이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말처럼, K리그의 다른 팀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는 모델이 그려진다면 꼭 전북만의 득도 아니다.


(고양=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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