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하면서 축구도 계속해야… 국내 스포츠팀 지속 후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스포츠&비즈]험멜코리아 변석화 회장 인터뷰

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사무실에서 축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대한축구협회를 설득해 12일부터 28일까지 강원 태백에서 제56회 추계대학연맹전을 개최한다. 이 대회는 
대학 졸업생들의 마지막 ‘취업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사무실에서 축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대한축구협회를 설득해 12일부터 28일까지 강원 태백에서 제56회 추계대학연맹전을 개최한다. 이 대회는 대학 졸업생들의 마지막 ‘취업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어려운 결정을 해준 전북 현대 프로축구단에 정말 고맙다.”

스포츠용품 전문업체 험멜코리아(㈜대원이노스)의 변석화 회장(58)은 “(전북 현대가) 어려울 때 함께한 정을 잊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험멜코리아는 덴마크의 스포츠 브랜드 ‘험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전문 스포츠용품 업체다. 현재 K리그1의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K리그2의 수원 FC와 경남 FC 등 4개 프로축구단의 공식 후원을 맡고 있다.

변 회장이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전북 현대에 대한 고마움을 꺼낸 건 후원사 계약을 둘러싸고 최근 적잖은 마음고생을 한 탓이다. 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업체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북 현대에 후원 계약을 제안했다. 지난해까지 K리그1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전북 현대는 험멜코리아가 2007년부터 후원을 맡아왔고, 현대와 험멜의 계약 기간도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업체들은 한국 프로축구가 인기가 낮다고 보고 후원을 꺼려왔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K리그1 경기가 전 세계로 중계되는 등 국내 프로축구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전북 현대에 후원을 제안했다. 다행히 전북 현대가 “험멜코리아와 계속 함께하겠다”고 정리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됐다. 변 회장은 “후원 조건이 우리보다 좋았을 텐데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전북에 정말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험멜코리아는 한때 국내 프로축구팀 7곳을 후원할 정도로 국내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후원 가치가 낮다며 외면할 때 K리그 팀들의 버팀목이 돼 준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축구 전문가들 사이에선 “평소 돈 안 된다고 떠났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K리그가 다시 인기를 끌자 계약이 끝나지 않은 팀에 후원 계약을 논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 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험멜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변 회장의 ‘축구 사랑’의 뿌리는 매우 깊다. 1974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공 좀 찬다는 소년 20여 명이 모여 축구클럽을 만들었는데, 그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월계축구회’다. 이 축구회의 핵심 창립 멤버가 변 회장이다. 이후 사회인이 돼 중소기업에 다니던 변 회장은 축구에 대한 사랑을 끊지 못해 1994년 7월 직장을 그만두고 축구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축구 유니폼을 만들고 축구용품을 판매하는 회사 ‘월계스포츠(대원이노스 전신)’가 그 시작이었다. 동대문운동장 인근 지하상가에 5m² 크기의 사무실 겸 매장을 차리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하고 싶어 한다는 즐거움이 컸다. 즐거워서 하는 일인 만큼 열심히 매달렸고, 사업은 성장을 거듭했다. 회사가 커질 때마다 월계축구회 회원들을 한 명 두 명씩 채용했다. 그 결과 현재 험멜코리아의 핵심 직원 중 상당수가 월계축구회 출신으로 채워졌다. 사업이 커지면서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낀 변 회장은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고 1998년 8월 험멜과 독점 판매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외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사업적으로 꾸준히 성장을 이어간 변 회장은 농구 핸드볼 하키 등 다양한 국내 스포츠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 늘 축구가 있었다. 북한 축구대표팀을 후원하고, 직접 프로축구팀(충주 험멜)을 운영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는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직을 맡아 대학축구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축구협회를 설득해 추계대학축구연맹전을 개최하도록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 3학년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만 치를 계획이었다. 이에 변 회장은 “대학 졸업을 앞둔 선수들도 대회에 출전해야 프로팀의 지명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12일부터 28일까지 강원 태백에서 열리는 추계대학축구연맹전은 올해로 56회를 맞는다.

코로나19 여파로 험멜코리아도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각종 스포츠 팀 후원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변 회장은 “이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젠 함께 가야 하는 시대로 받아들이고, 각자 방역을 잘하면서 축구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험멜코리아#변석화#인터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