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리치다!’ KT 배정대는 올 시즌 리그 야수들 중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했지만 3할대 고타율을 유지하며 팀 공수에서
모두 중심이 됐다. 넓은 수비범위에 든든한 타격능력이 더해지니 팬들은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에서 딴 ‘배리치’란 별명을
지어줬다. 스포츠동아DB
건실한 수비만 기대했는데 리그에서 손꼽히는 고감도 타격까지 보여주고 있다. 유망주라는 껍질을 서서히 벗겨내며 완성형 타자로 성장 중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했지만 지친 기색도 없다. 배정대(25)라는 원석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KT 위즈의 전반기는 대성공이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LG 트윈스에 지명받은 배정대는 입단 첫해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추어 때부터 외야 수비만큼은 최상급으로 평가받았지만 타격이 아쉬웠던 까닭에 대수비 위주의 역할만 소화했다. 지난해까지 211경기에서 타율은 0.180.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배정대를 주전 중견수로 낙점했다. 배정대는 지난 시즌 후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야구인생의 승부수를 띄웠다. 지인과 만남을 자제해가며 몸만들기에 매달렸고, 타구 속도가 10㎞ 이상 오르는 등 결과로 증명했다. 이 감독은 “공격에선 타율 0.250만 해주더라도 수비에서 5푼은 만회할 수 있다. 3할타자 이상의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의 예측은 정확했다. 배정대는 21일까지 65경기에서 타율 0.328, OPS(출루율+장타율) 0.889로 펄펄 날고 있다. 수비에선 563.1이닝을 소화했는데 내·외야를 통틀어 리그 최다다. 2위 딕슨 마차도(롯데 자이언츠·541이닝)와 차이도 적지 않다. KT가 올 시즌 탄탄한 외야로 실점을 억제하는 것은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는 배정대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숱한 호수비로 여러 차례 하이라이트 엔딩을 장식했지만, 정작 본인은 늘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는 게 전부다. 그 정도 호수비는 배정대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타격, 수비 모두 팀의 중심이지만 배정대의 진짜 가치는 근성이다. 21일 수원 LG전 대역전승의 시작점도 평범한 땅볼에도 1루까지 이를 악물고 내달린 배정대의 전력질주였다. 이날의 근성이 빅이닝으로 이어졌는데, 배정대는 언제나 이런 태도다. 지난해 몸 맞는 공으로 우측 척골 골절상을 입었을 때도 대주자 교체 없이 주루 플레이를 수행해 득점까지 성공한 투지에 모두가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첫 풀타임 시즌. 5월 23경기에서 타율 0.373을 기록한 뒤 6월 25경기에선 타율 0.284로 침체기를 겪었다. 숱한 유망주들이 주저앉곤 했던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 그에게도 펼쳐졌다. 하지만 배정대는 7월 다시 3할타로 살아나고 있다. KT가 올해 또 하나의 히트상품을 배출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