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모래알 같았다” 한화가 소환한 35년전 ‘삼미 18연패’의 기억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13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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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 경기에서 한화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굳은표정을 보이고 있다. 2020.6.12/뉴스1 © News1
12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 경기에서 한화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굳은표정을 보이고 있다. 2020.6.12/뉴스1 © News1
한화 이글스가 35년 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억을 소환해냈다. KBO리그 역대 최다 18연패. 2020년 한화와 1985년 삼미의 분위기는 다른듯하면서도 닮아 있다.

한화는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1차전에서 2-5로 패하며 18연패 늪에 빠졌다. 1985년 삼미가 남긴 역대 최다 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한 타이기록.

한화의 끝모를 추락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던 35년 전 삼미의 기록이 소환됐다. 삼미는 1985년 3월31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4월29일 롯데전까지 18연패를 당했고, 이는 지금까지 역대 최다 연패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삼미는 18연패를 당한 다음날인 4월30일, 인천 도원구장에서 MBC 청룡을 맞아 4-0으로 승리하면서 긴 연패에서 벗어났다. 2년차 신예였던 최계훈(전 한화 2군 감독)이 9이닝 무실점 완봉 역투를 펼친 덕분이다.

한화의 연패는 현재 진행형. 13일 대전 두산전에서 패할 경우 KBO리그 불명예 역사를 새로 쓴다. 한화가 19연패를 기록할 경우, 일본 프로야구 기록(1998년 지바 롯데 18연패)을 넘어 아시아 신기록도 수립한다.

35년 전 삼미의 연패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 있다. 김진철 전 LG 트윈스 운영팀장이다. 김진철 전 팀장은 1982년 삼미의 창단멤버로 1983년을 끝으로 은퇴, 삼미에서 프런트 생활을 시작했다.

김 전 팀장은 “1985년에 프런트로서 김진영 삼미 감독의 고뇌를 옆에서 생생히 지켜봤다”며 “그 때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할 것 없이 똑같이 힘들었다. 밥을 먹는데 모래알을 씹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35년 전을 회상했다.

이어 김 전 팀장은 “점수를 뽑기도 어려웠고, 점수를 내면 상대가 그 이상을 뽑아냈다. 경기가 초반에 결정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기려는 의지도 점점 약해졌고,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심지어 김진영 감독이 나에게 다시 유니폼을 입으라고 했을 정도”라고 약체였던 삼미의 경기력을 설명했다.

최계훈의 완봉승이 아니었다면 삼미의 연패 기록은 더욱 늘어났을 터. 소위 말하는 ‘미친 선수’의 등장으로 삼미는 연패 숫자를 18에서 멈출 수 있었다.

김 전 팀장은 “최계훈이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우리가 점수를 뽑자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벤치에서도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커졌다. 그날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며 “오늘 한화도 꼭 승리해서 연패를 끊었으면 좋겠다”고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화를 응원했다.

한화는 13일 두산전 선발투수로 고졸 신인 한승주를 예고했다. 한승주의 프로 데뷔전. 35년 전 삼미의 18연패 탈출을 견인했던 젊은 피 최계훈처럼 한승주가 한화의 연패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지 KBO리그 전체가 대전을 주목하고 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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