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석 34구’ 롯데 민병헌이 보여준 눈 야구의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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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3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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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롯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현장 지도자들은 투수들에게 1이닝을 15구 이내로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기준대로면 타자가 34구를 봤을 때 혼자 2이닝 이상의 몫을 해냈다는 의미가 된다. ‘캡틴’ 민병헌(33)이 보여준 집중력은 롯데 자이언츠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롯데는 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8-3으로 이겨 최근 5연패와 원정 7연패의 사슬을 한꺼번에 끊었다. 타선은 연장 11회초 대거 5득점하며 꼭 필요한 순간 점수를 몰아쳤다.

3타수 무안타. 하지만 리드오프 민병헌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6타석에서 34구를 이끌어내며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인 3볼넷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롯데 타선은 이날을 포함해 23경기에서 타석당 투구수 3.80개를 기록했다. 이 부문 리그 최하위다. 이 때문인지 득점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31일 경기에서도 11회 폭발 전까지는 4안타 9볼넷으로 3득점에 그쳤다. 과한 공격성에 발목을 잡혔다.

허문회 감독은 시즌 초부터 공격적 스윙에 대해 “캠프 때부터 설정한 방향이다. 상대 투수들이 초구부터 가볍게 못 던지게 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결과가 안 좋다면 시즌 종료 후 수정하겠지만 잠깐의 결과로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병헌이 골라낸 34구는 의미가 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크리스 플렉센을 상대로 7구를 끌어내며 볼넷으로 1루를 밟았다. 3회초에는 6구, 5회초에는 7구 승부 끝에 볼넷. 플렉센은 이날 5이닝 동안 100구를 던졌는데 민병헌에게만 그 5분의 1인 20구를 던졌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 자체로 큰 공헌이었다.

타선의 파워 자체는 충분하다. 이를 보완해줄 미세조정이 더해지면 폭발력이 한층 배가될 수도 있다. 민병헌의 인내심이 해답일지 모른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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