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야구장 풍경 21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프로야구 팀 간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야구장 풍경도 바꿔 놓았다. 삼성 선수들이 광주에서 열린 KIA전에서 4-2로 승리한 뒤 손바닥 대신 팔뚝을 부딪치면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광주=뉴스1·AP 뉴시스
해는 쨍쨍했지만 바람이 거셌다. 21일 서울 잠실구장의 날씨는 4월 하순이라고 하기엔 무척 쌀쌀했다.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낀 경기장 요원들도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야구장의 봄’을 손꼽아 기다린 선수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강한 바람에 유니폼이 펄럭거렸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LG와 두산의 프로야구 연습경기를 한 외신기자가 촬영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이날 서울을 비롯해 창원, 인천, 광주, 수원 등 5개 도시에서는 올해 들어 처음 팀 간 연습경기가 펼쳐졌다. 5월 5일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전초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10개 구단 선수들은 지난달 초 해외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뒤 자체 청백전만 치러 왔다. 선수들은 모처럼 긴장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선보였다. 이날 두산과 LG가 맞붙은 잠실구장에는 국내 취재진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AP통신, AFP통신 등 외신까지 몰릴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무관중’ 정책으로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이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철조망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뉴스1·AP 뉴시스모든 연습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치러져 팬들이 ‘직관’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 경기가 TV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생중계돼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이닝 교체 시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구단도 있었다. 키움-SK의 경기가 열린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관중은 없어도 SK 치어리더들이 응원을 펼치며 선수들의 흥을 돋웠다.
이계성 심판은 이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두산-LG의 잠실 경기 1루심을 봤다. 광주=뉴스1·AP 뉴시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의 야구장 풍경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심판들은 마스크 외에 위생장갑을 착용했다. 장갑을 껴 흰색이 된 손이 도드라져 보였다. 잠실구장 주심을 맡은 오훈규 심판은 포수 마스크 안에 검은색 방역 마스크를 하나 더 착용했다. 그는 “장갑 착용은 처음이라 조금 불편했지만 판정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상황인 만큼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1루 코치 박스를 지킨 강명구 삼성 주루코치가 장갑을 낀 배트보이에게 장비를 건네고 있다. 광주=뉴스1·AP 뉴시스 선수단도 경기 내내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선수들은 달리기 훈련 때를 빼고는 마스크 차림으로 타격 및 투구 훈련을 실시했다. 경기 중에도 서로 간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홈런을 치고 들어와서도 손바닥 하이파이브를 하는 대신 주먹이나 팔꿈치 등을 맞대는 세리머니를 했다. KBO는 맨손 하이파이브와 맨손 악수를 자제할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해 경기 중 침을 뱉는 행위도 금지하면서 경기 중 침을 뱉는 선수도 크게 줄었다. LG 투수 차우찬은 “침을 뱉지 않으려고 신경 썼다”고 말했다.
감독 인터뷰도 생소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화와 KT가 맞붙은 수원 경기에서 한용덕 한화 감독은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롯데-NC전이 열린 창원 경기에선 이동욱 NC 감독이 취재진과 멀리 떨어진 상태로 구장 투어용 마이크를 활용해 인터뷰에 응했다.
팬 서비스 차원으로 경기 중 실시하기로 한 감독들의 TV 생중계 인터뷰도 눈길을 끌었다. 3회말 이후 중계진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한 류중일 LG 감독은 “질문과 대답 시간이 짧아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며 조금 어색해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이날과 비슷하게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KIA 최형우는 “팬들의 응원 소리가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상대 팀과 처음 만났다는 게 더 의미가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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