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를 위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있는 김학범호가 ‘고지가 보이는 곳’까지 올라 왔다. 이제 1경기만 더 승리하면 한국 축구사에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이라는 획을 추가할 수 있다.
아직 고지에 깃발을 꽂은 것은 아니다. 잡힐 듯한 거리까지 진출했으나 한 걸음을 더 내딛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물거품 된다. ‘1경기만 더’ 이기면 되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1경기를 더’ 이기지 못하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는 위치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지난 1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대회 8강전에서 2-1로 승리했다. 4강 상대는 호주. 김학범호는 연장 승부 끝 시리아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해 있는 호주와 오는 22일 오후 10시15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결승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일단 힘든 고비를 넘었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한 여정 중 심리적 압박감이 가장 클 경기는 조별리그 후 첫 번째 토너먼트인 8강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걱정이 많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요르단보다 앞서는 것이 분명하나 첫 번째 녹아웃 스테이지라는 점에서는 한국의 부담이 더 컸던 경기다.
실제로 경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흐름이었다. 전반 15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조규성의 선제골이 나오고 이후 일방적으로 공격할 때만해도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으나 추가골 기회를 번번이 놓치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그리고 결국 후반 30분이라는 뒤늦은 시간에 동점골을 내주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만약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이동경의 드라마틱한 프리킥 결승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연장전(혹은 승부차기)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겼더라도 정신적·육체적 에너지 소모를 떠올릴 때 우리한테 득 될 게 없었다. 이동경의 왼발이 아주 큰 공을 세웠다. 다행히 난코스는 통과했지만 아직 궁극적인 목표인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번 대회는 진짜 결승전보다도 3/4위전이 주는 압박감이 더 클 전망이다. 벼랑 끝에 몰리면, 독일도 브라질도 발이 얼어붙는 게 축구다. 결승 무대에 올라 최소 2위를 확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뒤가 없다는 자세로 호주전에 다 걸어야한다. 과거의 역사도 3/4위전은 위험하다고 전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은 모두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4강이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의 전적은 영 좋지 않다. 1회 대회 4위를 시작으로 2016년은 준우승 그리고 지난 2018년 3회 대회도 4위에 그쳤다. 3/4위전이든 결승전이든, 대회 최종전에서는 모두 패했다는 의미다.
1회 대회 3/4위전에서 한국은 요르단과 만났는데 연장까지 120분을 0-0으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2PK3으로 패해 4위에 머물렀다. 2016년 2회 대회 결승전은 너무 뼈아팠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2골을 먼저 넣고도 2-3으로 대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리고 2018년 중국 대회에서도 한국은 카타르와의 3/4위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어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것이 2016년이었기에 큰 파동 없이 지나갔지만, 2014년과 2018년의 대회 성격이 지금과 같았다면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던 성적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좋았으나 마냥 청사진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무조건 1경기를 더 이겨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3/4위전이라는 ‘보험’을 들어둔 것은 다행이지만, 호주전이 마지막 경기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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