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의 이탈?’ 양의지 떠났지만 ‘최강 두산’은 그대로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1일 2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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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두산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두산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의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과정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불가능하다는 예상을 깨트리고 한때 9경기였던 게임차를 뒤집은 결과는 그야말로 ‘어메이징’이었다.

두산은 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9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적시타에 힘입어 6-5, 극적인 1점차 승리를 거두며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10개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SK 와이번스와 88승1무55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9승7패로 앞선 덕분에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여러 악재를 딛고 ‘팀 베어스’의 끈끈함을 앞세워 만든 결과라 어느 때보다 값진 우승이라는 분석이다.

● ‘20승의 이탈’도 이겨냈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두산의 올 시즌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2018시즌이 끝나고 팀 전력의 절반과도 같았던 양의지(NC 다이노스)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이적한 게 위험요소로 손꼽혔다. 양의지의 이적이 확정된 직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면서도 “20승 포수가 빠져나갔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스프링캠프 때도 “양의지의 공백을 지금의 포수진에서 메우려고 하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현역 최고의 공수겸장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의 비중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그러나 박세혁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뽐내며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적어도 “포수진이 약하다”는 말은 듣지 않았다. 투수들은 “박세혁의 미트만 보고 던진다”고 힘을 실어줬고, 박세혁은 몸을 사리지 않는 블로킹으로 믿음을 줬다. 10개구단을 통틀어서도 정상급 포수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지닌 핵심 계투요원 김강률이 끝내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한 공백도 작지 않았다. 캠프를 앞두고 김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불펜이다. 그러나 기존의 함덕주와 양의지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합류한 이형범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고, 윤명준과 김승회, 박치국, 권혁, 배영수로 최적의 조합을 찾아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16승 투수’ 이영하와 유희관의 성적이 좋아진 것과 20승을 따낸 조쉬 린드블럼이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힘을 모아 부족한 부분을 메우지 않았다면 가을야구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9회말 터진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운 두산이 6-5로 승리하며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두산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9회말 터진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운 두산이 6-5로 승리하며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두산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위닝 멘탈리티

여러 차례 큰 경기를 경험한 관록은 승부처를 버텨내는 힘이었다. 허경민은 SK와 게임차를 줄여 나가던 8월 말 “우리는 잃을 게 없다”면서도 “3위로 올라가서 우승해본 적도 있다(2015시즌)”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자의 자신감으로 들렸다. 시즌 초반 오재일과 김재호가 극도로 부진했을 때도 두산 김태형 감독이 전혀 걱정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축 선수들이 보유한 ‘위닝 멘탈리티’가 팀 전체에 빠르게 퍼진 덕분에 극적인 역전도 가능했다. 오재일은 팀이 1위로 올라선 시점에서 4번타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김재호는 ‘천재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타 구단 유격수들의 교본과도 같은 수비를 뽐내고 있다. 내야안타를 아웃으로 바꾸는 한 박자 빠른 플레이는 김재호의 전매특허다. 공격 지표에 드러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 슬라이크의 외국인타자 2명이 처참하게 실패한 탓에 애초에는 기대치가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페르난데스 없는 두산 타선은 상상할 수 없다. 류지혁과 김인태, 백동훈 등 백업 자원들도 적재적소에 자기 역할을 해냈다. 누군가 이탈하거나 부진에 빠질 때마다 구세주가 한 명씩 나타났다는 의미다. “내가 아닌 팀 베어스의 승리다.” 린드블럼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승리 소감이 즉 두산의 팀 컬러다. 선발진의 핵심으로 거듭난 이영하는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 마지막까지 짜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변화를 말했다. 선배들이 팀 전체에 ‘위닝 멘탈리티’를 전파했고, 젊은 선수들이 이를 그대로 흡수한 것이다. 우승의 자격은 충분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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