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장에 뜬 박지수 “우리 오빠 많이 뛰었으면”

  • 뉴시스

현대캐피탈 박준혁 동생
WNBA 시즌 끝내자마자 오빠 응원차 순천행

여자프로농구(WKBL) 최고 스타인 박지수(21·국민은행)가 2019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가 열리는 순천 팔마체육관에 등장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에서 뛰고 있는 한살 터울 오빠 박준혁(22)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박지수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남자부 개막전이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은 채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WKBL 비시즌 기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활동하는 박지수는 지난 28일 시즌을 마친 뒤 입국했다.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오빠를 위해 먼 순천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박지수는 “어제 새벽에 한국에 와 5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잤다. 피곤해도 오빠를 위해 왔다”면서 “작년에도 미국에서 오자마자(현대캐피탈의) 공개 연습경기에 갔었다. 올해도 시간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2년 전 챔피언결정전 때도 배구장을 찾았던 박지수이지만 아직 오빠가 실전에서 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박준혁이 주전으로 나서기엔 현대캐피탈의 전력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박준혁과 박지수 모두 시작은 농구였다. 유명 농구 선수 출신 아버지 박상관 코치와 배구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낸 어머니 이수경씨의 피를 물려받은 두 선수는 나란히 농구를 통해 엘리트 스포츠에 발을 내디뎠다.

두 선수의 행보는 박준혁이 고교 때 배구로 전향하면서 갈렸다. 청소년 시절부터 한국 농구의 미래로 꼽히던 박지수는 기대대로 성장해 국내 최고의 센터가 됐고, 뒤늦게 새 종목을 접한 박준혁은 명지대를 거쳐 2017~2018시즌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기량을 키우고 있다.

박지수는 “오빠가 명지대에 있을 때 보러 간 적이 있다. 배구를 모르는 내가 봐도 배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엉성해보이더라”고 웃은 뒤 “작년에 보니 폼도 많이 좋아졌더라. 너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박지수는 “우리는 현실 남매를 넘어섰다. 남이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껄껄 웃으면서도 오빠 걱정을 가득 늘어놓았다.

특히 아직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난 어쨌든 우리 팀에서는 주전이라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오빠의 심정을 몰랐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내가 오빠 같은 입장이다. 너무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비시즌에 훈련을 다 소화하지만 시즌 때 기회를 못 잡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

지난 시즌 4경기에서 9세트를 소화하는데 그친 박준혁이지만 이번 컵대회에서는 많은 기회를 부여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웅 감독은 “박준혁과 김지한 등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그의 중용을 예고했다.

취재진을 통해 최 감독의 구상을 전해들은 박지수는 박수와 함께 연신 “대박”이라고 외쳤다. “오빠가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 진짜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 오빠가 뛰는 걸 보고 싶다”는 박지수는 “비시즌 때 참고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내가 배구는 잘 모르지만 감독님께 믿음이 가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박준혁은 동생의 기대대로 1세트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2세트 7-8에서는 날카로운 서브 에이스로 동점을 만들었다. 오빠의 득점을 확인한 박지수는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순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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