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운명의 파 퍼트…임성재, 첫 승 놓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3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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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임성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 등극이 눈앞에 보였다.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 상대와의 1대1 연장대결. 확률은 반반이었지만 운명의 퍼트 하나가 마지막 희비를 가르고 말았다.

임성재(21·CJ대한통운)가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 컨트리클럽(파72·7248야드)
에서 끝난 2019~2020시즌 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총상금 660만 달러·약 79억 원)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나란히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세바스티안 무뇨스(26·콜롬비아)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생애 첫 우승을 노렸던 안병훈(28·CJ대한통운)도 연장에 가지 못하고 17언더파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 통한의 파 퍼트

16언더파 단독선두 무뇨스에게 4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임성재는 거침없는 버디 행진으로 격차를 줄여나갔다. 1·3·5번 홀 징검다리 버디 이후 7번 홀 보기로 주춤했지만, 8, 9번 홀 연속 버디로 추격을 이어갔다. 무뇨스는 3번 홀에서만 한 타를 줄이며 주춤거렸다. 임성재는 13번 홀 보기로 선두권에서 멀어졌지만 14~16번 홀 연속 버디로 마침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조의 무뇨스가 15번 홀에서 1타를 잃으면서 단독선두가 됐다.

남은 두 홀을 파로 막은 임성재로선 우승이 저만치 있었다. 그러나 무뇨스는 파4 18번 홀에서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전에 두 선수는 똑같이 2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임성재의 라이가 조금 더 나빴다. 러프에서 친 2번째 아이언 샷이 플라이어샷이 되면서 공이 그린을 훌쩍 넘겨 관중석 펜스 앞에서 떨어졌다. 무뇨스는 핀 공략이 수월한 오른쪽 러프에서 세 번째 샷을 준비했다.

이어진 칩샷 대결. 두 명 모두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컵 1m 옆으로 붙인 무뇨스가 유리했다. 무벌타 드롭을 하고 어프로치를 잡은 임성재는 홀 2m 옆에서 멈춰 섰다. 현지방송은 임성재의 칩샷 때 “Really not bad(잘 쳤다)”, 무뇨스 때는 “Good, good(좋아)”을 반복했다. 그리고 찾아온 운명의 파 퍼트. 임성재의 퍼트는 경사면을 타고 컵 왼쪽으로 흘렀다. 현지방송은 “Oh, break my gosh(아, 경사)”라고 외쳤다. 임성재는 결국 보기로 홀 아웃했다. 반면 무뇨스는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키고 2016~2017시즌 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11만8000달러(13억3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71만9400달러(8억5000만 원)다.

● 첫 승은 다음 기회로

2018~2019시즌 아시아인 최초의 신인왕으로 등극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낸 임성재에겐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우승 경험이다. 동기생 콜린 모리카와(22)와 매튜 울프(20), 카메론 챔프(24), 아담 롱(31·이상 미국)이 모두 1승씩을 달성했지만 임성재는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놓쳤다. 이번 대회에서의 준우승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비록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임성재는 새 시즌 쾌조의 출발을 이어가며 향후 전망을 밝게 비췄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공동 19위를 기록했고, 바로 이어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정상 등극이 가까워졌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연장 패배 직후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무뇨스의 우승을 축하해준 임성재는 “(연장전에서) 칩샷은 나름대로 잘 붙였다고 본다. 다만 퍼트에서 내 생각보다 브레이크가 더 많이 있었다. 마지막 날 좋은 스코어를 내서 연장전까지 치를 수 있었다. 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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