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맡았는데 30S 거뜬… ‘끝판왕 삼국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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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마무리 첫해 놀라운 성적 3인

지난 3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30세이브 투수는 한 시즌에 한 명뿐이었다. 2016년 ‘깜짝 구원왕’을 차지한 김세현(32·KIA)도 있지만 2017년 손승락(37·롯데)과 2018년 정우람(34·한화)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특급 소방수들만 밟은 고지였다.

2019년 ‘새로운 소방수’ 전성시대가 열렸다. SK 하재훈(29·34세이브), LG 고우석(21·32세이브), NC 원종현(32·30세이브) 등 30세이브 이상 투수만 3명이다. 2015년 임창용(삼성·33세이브), 임창민(NC·31세이브), 윤석민(KIA·30세이브) 이후 4년 만이다. 특이한 점은 모두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평균 구속 시속 146km를 넘는 빠른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요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57경기에 구원으로 나선 하재훈은 커브까지 장착해 블론 세이브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감을 자랑한다. 해외 유턴파로 올 시즌 국내 무대에 데뷔한 하재훈은 선수 생활 대부분을 야수로 활약하다가 투수로 전향한 첫해에 잠재력을 터뜨리며 구원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50km를 넘는(150.9km) 고우석은 자신 있게 묵직한 공을 던지는 모습이 ‘돌부처’ 오승환(37·삼성)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세인 올해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운(종전 1998년 임창용·22세) 고우석은 이달에만 6개의 세이브를 추가하며 이 부문 타이틀까지 넘볼 태세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32)가 자유계약선수(FA)로 NC에 둥지를 틀며 재회를 학수고대했던 원종현도 ‘군대 동기’ 양의지의 탁월한 리드 속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큰 부상만 없다면 이들 3명의 마무리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구단 체제가 출범한 2015년 이후 30세이브 이상의 마무리 투수를 배출했던 6팀 중 5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해도 이 같은 기조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세이브’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3팀 모두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현재 세이브 1위 하재훈이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SK는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눈앞이다.

30세이브 투수는 없지만 ‘가을 잔치’를 예약한 키움과 두산도 그리 아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두산은 이형범(25·17세이브)-함덕주(24·16세이브), 키움은 조상우(25·19세이브)-오주원(34·17세이브)이란 ‘더블 스토퍼’로 30세이브 이상을 합작하며 뒷문을 지키고 있다. 특히 NC로 이적한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둥지를 튼 이형범은 올 시즌 처음 맡은 마무리 역할을 보란 듯이 수행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sk 하재훈#lg 고우석#nc 원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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