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KT 역사’ 배제성, “국대? 안 뽑을 수 없는 선수부터 돼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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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승, 그리고 5연승. KT의 두 가지 대기록을 동시에 세웠지만 배제성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9승, 그리고 5연승. KT의 두 가지 대기록을 동시에 세웠지만 배제성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두 가지 대기록을 한 번에 썼다. KT 위즈 투수 최다 연승, 그리고 토종 최다승 신기록. 역사는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배제성(23)의 손에서 완성됐다. 배제성에게는 완벽했던 하루였다.

KT는 6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서 5-2로 승리했다. 1-1로 맞선 5회, 강백호의 3점포와 멜 로하스 주니어의 솔로포로 훌쩍 리드를 잡았다. 이날 승리로 KT는 KIA 상대 6연승을 질주했다.

승리투수는 배제성이었다. 이강철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으며 이날 선발로 나선 그는 5.2이닝 5안타 2볼넷 5삼진 1실점으로 시즌 9승(8패)째를 챙겼다. KT 토종 역사상 단일시즌 최다승 신기록이다.

KT 토종 투수진에게 8은 ‘마의 숫자’였다.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부터 해마다 8승 투수 배출에 그쳤기 때문이다. 첫해 조무근을 시작으로 2016년 김재윤, 2017년 고영표, 2018년 금민철 모두 8승 고지에서 멈춰섰다. 토종 선수가 10승 고지에 올라본 적이 없는 팀은 KT가 유일하다. 그런 징크스를 배제성이 단번에 깼다. 직전 등판인 8월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8승째를 챙긴 데 이어 단번에 9승까지 달성한 것이다.

아울러 8월 1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5경기에서 내리 5연승이다. 이 역시 KT의 역사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의 4연승(5월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6월 29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이다. 이를 하나 늘린 배제성이다.

경기 후 배제성은 “사실 9승이면 KT 토종 기록인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번 말하는 것처럼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많은 이닝, 최소 실점에만 신경 썼다”고 담담히 말했다. 5연승 기록에 대해서도 “야수 형들이 좋은 수비로 너무 많이 도와준다. 오늘도, 직전 한화전도 주자를 남겨두고 내려왔는데 (주)권이가 다 막아줬다. 나보다는 동료들이 주목받아야 하는데 고맙고 미안하다”고 공을 돌렸다.

배제성의 다음 등판은 12일 NC전이 될 전망이다. 0.5경기차 살얼음판 승부. 어깨가 무겁다. 이강철 감독도 투수 로테이션을 조정하며 컨디션이 가장 좋은 배제성과 윌리엄 쿠에바스를 NC 상대로 맞췄다. 하지만 부담은 주지 않는다. 배제성은 “감독님이 ‘뭘 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게 정답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5경기 5승, 평균자책점 0.62. 후반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7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1.77이다. 후반기 양현종(KIA 타이거즈),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과 함께 최다승 타이이며 평균자책점은 양현종 다음 두 번째로 낮다. 자연히 프리미어12 60인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솔직히 내가 욕심을 내기보다는 모두가 ‘배제성은 안 뽑으면 안 돼’라고 말할 정도가 되는 게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어찌 보면 말장난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건 내 마음 먹는 대로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납득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가기 보다는 따라오게 만드는 것. 사실상 1군 첫 시즌이지만 배제성은 이미 훌쩍 성장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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