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의 고심…‘믿음 가는 투수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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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3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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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가 시즌 10번째 맞대결을 펼친 2일 잠실구장. 홈 플레이트 뒤편의 실내공간을 연결한 복도의 오른쪽 끝에 자리 잡은 방 안에선 한 남자가 유심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투수와 야수들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어 불은 켤 수 없는 그 방은 경기운영위원실. 발길마저 뜸한 그곳에 김경문 야구국가대표팀 감독(61)이 앉아있었다. 그 방의 주인인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 겸 경기운영위원(61)도 곁에 있었다.

시즌이 시작되자 김 감독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좀처럼 행선지를 알리지는 않고 있다. 잠행 모드에 가깝다. 다만 경기가 있는 날 그가 향하는 곳은 한결같다. 야구장이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조용히 움직일 뿐이다. 더욱이 내년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해 11월 열릴 제2회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 여부는 민감한 사안이다.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이 의중을 밝히기 어려운 입장인 만큼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측근들도 말을 아낀다. 게다가 조만간 80명 안팎의 1차 예비엔트리도 공개할 예정이다. 문제는 그 뒤다. 9월초 45명의 2차 예비엔트리, 10월초 28명의 최종엔트리가 차례로 발표된다. 마운드 구성이 제일 중요하다.

김 감독도 벌써 투수진 엔트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 측근은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빼고 나면 믿음이 가는 투수가 없다. 김 감독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좀 던진다는 젊은 투수들도 죄다 평균자책점(ERA)이 3점대 후반 이후다. 국가대표다운 재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전했다.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면서 홈런이 급감하고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된 올 시즌이지만, 이 측근의 우려대로 국내투수들은 외국인투수들의 조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27명의 투수 중 ERA 1~4위는 전원 외국인투수다. 국내투수로는 김광현이 2.73으로 5위,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3.09로 7위, 양현종이 3.31로 9위, 박종훈(SK)이 3.33으로 10위다. 그 다음이 3.79(14위)의 이영하(두산)다. 영건들 중에선 가장 낮은 ERA다.

한국은 11월 6~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러질 프리미어 12 조별예선(C조)에서 쿠바, 호주, 캐나다를 상대한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일본에서 열릴 본선에 올라 내년 올림픽 직행티켓을 노릴 수 있다. 마운드가 버팀목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짐을 덜어줄 투수들이 꼭 필요하다.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물론 한국야구의 해묵은 과제를 풀어줄 투수들은 나올 수 있을까.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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