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베이스볼] 롯데는 15년 만에 꼴찌로 추락할까?-실패한 윈 나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8일 05시 30분


롯데 자이언츠가 좀처럼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양상문 감독(사진)도 좌불안석이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가 좀처럼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양상문 감독(사진)도 좌불안석이다. 스포츠동아DB
[Baseball Team Weekly meeting·Who?·Why?]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회의실 현장을 날 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 드립니다.

5월 27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 이경호 차장,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이경호(이하 이) : “롯데 자이언츠의 추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릅니다. 리그 흥행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중하위권 전력으로 예상했는데 조금 더 빨리 위기가 왔습니다. 사실 롯데는 2017년 이대호와 4년 150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하는 동시에 무조건 우승을 향해 뛰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투자가 계속 이뤄졌지만 우승권과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강산(이하 강) : “지금의 선수구성으로 롯데가 할 수 있는 야구는 10점주면 11점내는 식의 공격야구인데, 공격 효율도 그만큼이 나오지 않고 있죠. 마운드 전력에 문제가 많고 팀의 가장 큰 약점인 포수전력이 참 아쉽습니다.”

-정재우(이하 정) : “좀 큰 틀에서 접근하자면, 구단의 방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상당히 가슴 아픈 얘기겠지만, ‘부실재건축’에 가까워요. 돈은 돈대로 썼는데, 막상 깊이 살펴보니 여기저기 하자가 많은 상태죠.”

● 윈 나우 버튼 눌렀지만 전력은 리빌딩 상황

-최익래(이하 최) : “같은 생각입니다. 계획과 현실의 괴리가 큽니다. 롯데는 이대호와 손아섭, 민병헌 등 FA에 거액을 투자한 상황입니다. 팀 연봉도 1위이고요. 하지만 포수와 마운드 상황을 살펴보면 리빌딩 시즌이죠. 예산은 ‘윈 나우’ 팀만큼 쓰지만 현실적 전력은 ‘리빌딩’ 팀인 아이러니가 결국 롯데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대호와는 계약 기간이 내년까지인데…. 현 상태면 우승은커녕 첫해인 2017년이 유일한 PS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 : “윈 나우와 리빌딩의 간극. 정확한 지적입니다. 팀 연봉 1위 팀. 당연히 ‘윈 나우’ 버튼을 계속 눌러야 하는 상황인데, 전력은 빈틈이 많아 리빌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 상태라면 올해뿐만 아니라 미래도 걱정되는 수준입니다. 어쩌다가 이 상황까지 왔을까요.“

-서다영(이하 서) : “FA 시장에 거액을 투자하는 동시에 내부 육성을 함께 노렸다고 하지만 포수 강민호 처럼 꼭 잡아야 할 선수는 놓쳤다는 문제점을 꼽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이 : “프랜차이즈 출신 스타플레이어에게 너무 휘둘린다는 느낌도 듭니다. 전략적으로 놓아도 될 때는 놓아야 하는데, 다 잡으려고 달려들까요. 강민호 계약에 실패하자 외야수에 중복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 : “FA 투자를 통해 우승에 도전하려면 내부전력도 그에 걸맞은 수준이어야 하는데, 롯데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최 : “결국 FA가 아니면 빈자리를 해결하지 못해왔던 게 최근 롯데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롯데 시절 노경은. 스포츠동아DB
롯데 시절 노경은. 스포츠동아DB

● 비전 없는 FA중복 투자의 문제점

-장은상(이하 장) : “FA 역시 여기저기 중복 투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서 : “민병헌 영입 때도 외야에는 가능성을 입증했던 김문호가 있었고 이대호에 앞서 1루에 최준석도 있었죠. 불펜 전력을 동시에 보강한 시즌도 있었습니다. 중복투자가 참 많았네요.”

-강 : “김문호도 꾸준히 기회 주면 기본 이상은 한다는 이미지는 확실히 심어줬었는데….”

-정 : “여러 전력 구성 중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을 놓친 부분이야말로 그 와중에 대표적인 패착이었죠.”

-이 : “린드블럼과 결별은 최악의 선택이 됐습니다. 지금 롯데에 있었다면 전혀 다른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을 텐데요. 선발 투수 이야기가 나온 만큼 짚고 넘어가야 할 이름이 있죠. 노경은.”

-장 : “노경은이 있었으면 선발 로테이션에 어떤 역할이라도 했을 텐데. 정말 작은 차이로 완전 결별했네요. 또 권혁, 배영수(이상 두산)처럼 완전히 풀어 준 것도 아니죠.”

-정 : “투수력이 취약한 롯데가 감독까지 투수 전문가로 교체하면서 노경은을 놓쳤다, 어딘가 앞뒤가 안 맞죠?”

-이 : “협상이 결렬된 과정을 보면 양측 모두 감정적인 결정이 굉장히 많이 드러나 있습니다. 선수야 그렇다 해도 프런트는 그런 모습을 노출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분명히 역할이 있었을 텐데, 내부 FA선수와 대책 없이 결별하는 것은 감독에게 굉장히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강 : “S급 투수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롯데 선발 사정을 고려하면 그렇게 쉽게 협상을 포기해선 안 됐다고 봅니다.”

-최 : “지금 서준원, 박시영 등 미완의 대기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카드였기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 : “노경은이 올 시즌을 지금처럼 소속 없이 보내면 보상선수가 없는 완전 자유계약 선수가 됩니다. 벌써 관심 갖는 구단도 있더군요.”

-최 : “최근 통화를 해봤는데, 시즌 때 루틴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답니다. 5일 간격으로 투구하고, 그 사이 불펜 피칭하는 식으로요 최고구속도 시속 140㎞대 중반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강 : “협상 포기라고 공표하지 않았으면 언제든 모양새 좋게 다시 데려올 수가 있었는데, 이미 말을 뱉어버렸으니 이제 와서 데려오면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죠. 아쉬운 상황입니다.”

● 문제의식 없이 수용된 프런트 야구

-정 : “롯데 프런트의 문제는 지난 10년간 KBO리그에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가 커다란 문제의식 없이 수용된 결과로도 볼 수 있어요. 프런트 야구를 하려면 프런트의 전문성도 담보돼야 하는데, 롯데 수뇌부는 과연 전문가적 야구 식견을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요.”

-최 : “정 부장께서 돌직구를 날려주셨습니다.”

-이 : “구단은 아프겠지만 정확한 지적입니다. 두산은 한국식으로 잘 변형된 프런트 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강력한 오너십 속에 프런트의 역량을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롯데 프런트는 아무런 색깔이 느껴지지 않네요. 그런데, 롯데 구단 대표이사는 왜 이렇게 자주 바뀝니까?”

-정 : “그러게요. 굉장히 자주 교체되고 있네요.”

-강 :
“2013년부터 대표이사만 4명이네요. 최하진~이창원~김창락~김종인.”

-서 : “이래서야. 기본적인 구단의 방향성 자체를 지키기도 어렵겠네요.”

-장 : “아무리 뛰어난 전문경영인들도 야구단에 오면 학습 시간에 꽤 걸립니다. 굉장히 독특한 특성과 조직 문화를 가진 곳이라서 시행착오도 많습니다.”

-정 :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의 특징 중 하나로는 ‘데이터 야구’를 꼽을 수 있는데, 그에 입각하자면 중복투자도 있을 수 없는데 롯데는 ‘윈 나우’에만 집착하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어요.”

-강 : “포인트를 확실히 안 잡고 투자한 느낌이에요 포수도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한 명은 있어줘야 그걸 보면서 크는 후배들이 나올 텐데요.”

키움 이지영. 스포츠동아DB
키움 이지영. 스포츠동아DB

● 만약 이지영 트레이드에 성공했다면

-정 : “지난 겨울 키움이 삼각트레이드 통해 이지영을 보강했을 때, 다들 롯데는 뭐했나 하지 않았나요?”

-이 : “지난해 이지영을 놓고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가 협상을 하기는 했었습니다. 결국 불발됐는데, 만약 성사됐다면 팀 전체를 바꿀 수 있었던 트레이드였습니다.”

-강 : “그렇죠. 지금 이지영 얼마나 잘하나요.”

-최 : “타 팀 백업 포수들 중에서도 롯데에서 주전 꿰찰 선수들이 여럿 보이는데요.”

-이 :
“지금이라도 트레이드 서둘러야 합니다. 전력을 구축해야 감독도 뭘 하죠. 현장만 욕먹고 있어요.”

-강 : “황당한 건 2018시즌 끝나고 이성우(현 LG)는 무상으로 데려갈 수 있었죠.”

-이 : “아 이성우 좋은 포수에요. 수비능력, 투수와 관계설정 등에서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정 : “포수를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팀들도 있는데, 롯데는 포수를 제외한 다른 부문에만 집중한 결과죠.”

이 : “노경은과 감정의 골이 있었다면 FA계약 후 삼성에 트레이드로 넘기고 서로 중복 전력 포함해서 이지영을 영입했으면 어땠을까요. 이런 게 영리한 프런트 야구일 텐데요.”

최 : “확실히 윈윈이 될 수 있었던 그림이네요.”

강 : “지금 삼성 롯데 전력 생각하면 정말 좋은 트레이드였겠네요.”

이 : “지금이라도 키움에서 박동원 트레이드 할 수 있잖아요. 과감해야 합니다.”

장 : “이지영 올 시즌 끝나면 FA가 됩니다. 지금이라도 이지영은 롯데가 트레이드로 잡을 수 있어요. 늦지 않았습니다.”

최 : “사실 2루수 외국인선수(카를로스 아수아헤)도 코미디죠. 조성환 현 두산 코치 이후 수년째 2루수가 없으니…. 이대호 나간 1루, 조성환 나간 2루, 김주찬 나간 외야. FA 영입 없이 공백을 이어갔던 사례인데요. 강민호 나간 안방이 그 다음이 되겠네요. 2000년대 후반 전준우 손아섭 이후 롯데가 육성한 선수를 가운데 떠오르는 얼굴이 있으신가요?”

이 : “진짜 확 떠오르는 얼굴이 없네요.”

장 : “레일리가 확실한 1선발 역할을 못한다는 것도 의외의 약점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대체 자원이 없어서 그렇지 레일리도 타 팀 1선발 외인만큼의 위력을 보이진 못하니까요. 특히 우타자에 약해요.”

-정 : “레일리도 린드블럼이 있을 때 위력이 있었지, 확실히 1선발감은 아닌 듯해요.”

-강 : “선발이 무너지니 올게 온 거죠. 지금은 갭이 많이 줄었지만, 4월까지 팀 자책점(90점)이 이 기간 최소 1위(26점)였던 LG의 3배가 넘었어요.”

● 잘못된 방향설정+실패한 내부육성

-이 : “총체적인 난국인데요. 투수 전문가인 감독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고 있고, 그럼 과연 추락하는 롯데에 날개는 없는 걸까요?”

-정 : “지금 상태에선 외부수혈이 힘드니, 결국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듯해요. 타자들이 좀더 힘을 내주면서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

-최 : “지금이라도 방향성을 명확히 잡았으면 좋겠어요. 윈 나우라면 앞서 거론된 안방과 마운드 보강은 필수죠. 쉽지 않겠지만.”

-강 : “결국 10점주면 11점내는 식의 공격야구가 제일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정 :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롯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네요.”

-최 : “하하 10년 전 ‘노 피어’의 부활인가요.”

-정 : “현실적 대안으로 볼 수 있어요. 민병헌도 돌아왔으니까요.”

-장 : “지금 성적을 보면서 ‘올해는 포기’로 생각하느냐, ‘출혈을 감안해도 전력보강’이냐 인데, 역시 방향성을 잡는 게 최우선인 듯합니다.”

-최 : “‘8888577’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사실 최근의 롯데는 꼴찌가 익숙하지 않은 팀이거든요.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동요나 낯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 : “마지막 꼴찌가 언제입니까?”

-최 : “정규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건 2004년이 마지막이죠.”

-정 : “그해가 양상문 감독 롯데 사령탑 데뷔 시즌입니다.”

-최 : “맞습니다. 양상문 롯데 1기 때 2년간 성적이 8위, 5위였죠.”

-장 : “그때도 첫해는 실패였지만 두 번째 시즌 때 젊은 선수들을 키우면서 가능성을 보여줬죠.”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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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만에 꼴찌 피하려면 지금이라도 결단 내려야

-이 : “앞으로 롯데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빠른 진단과 해법의 적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 : “포수와 마운드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움직여야 반등도 가능합니다. 뼈대가 튼튼하지 않으면 무너집니다.”

-정 :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최 : “롯데에게 남은 건 올해 91경기가 아닙니다. 내년, 내후년, 더 큰 미래를 위해서라도 명확한 방향 설정이 지금이라도 절실합니다.”

-서 : “롯데가 가고 싶은 방향이 무엇인지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장 :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포수 트레이드 최대한 빠른 시기에 진행. 안니면, 내년 외부 FA 영입 추진. 레일리와 오랜 동행은 올해 이후 종료!”

-이 : “올해 롯데를 보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방향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롯데와 반대로 KIA 타이거즈는 급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좋은 성적이 이어지면 다음 주 이 시간을 통해서 자세히 분석해 보시죠. 더 깊이 있는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스포츠동아 야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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