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선호, 슬로베니아 꺾고 ‘꿈의 무대’ 한발 더 가까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22시 37분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강호 슬로베니아마저 무너뜨리며 ‘꿈의 무대’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한국은 30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나란히 1골 1어시스트를 올린 김상욱-김기성(이상 한라) 형제의 활약에 힘입어 슬로베니아에 5-3으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2004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차례의 대결에서 한 번도 슬로베니아를 꺾지 못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 전날 헝가리전 5-1 대승에 이어 2연승을 달린 한국은 승점 6점으로 선두로 뛰어오르며 대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년 전 우크라이나 키예프 대회 때 사상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의 기적을 일군 백지선 호는 2년 만에 당시의 기세를 뛰어넘는 초반 기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랭킹 15위의 슬로베니아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슈퍼스타 안제 코피타(LA 킹스)가 합류하며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1차전에서 홈팀 카자흐스탄에 2-3으로 진 데 이어 한국에마저 일격을 당했다.

헝가리전 대승의 주역 김상욱-김기성 형제는 슬로베니아전에서도 놀라운 호흡과 골 결정력을 선보이며 역전 드라마의 주역이 됐다. 김기성은 1피리어드 4분 35초에 김상욱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다. 헝가리전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포. 하지만 한국은 곧바로 안제 코피타와 로버트 사볼리치 등을 을 앞세워 반격에 나선 슬로베니아에 3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1-3으로 뒤진 채 1피리어드를 마쳤다.

예전의 한국이었다면 여기서 스스로 무너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 무대를 경험한 한국 선수들은 오히려 힘을 냈다. 2피리어드 7분 40초에 터진 김원준(한라)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2분 28초 만에 3골을 몰아치며 슬로베니아의 혼을 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수비수 김현수(한라)의 장거리 역전골이었다. 4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현수는 2피리어드 10분 8초에 왼쪽 블루라인 선상에서 강력한 슬랩샷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골리 맷 달튼이 이날 40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지키는 사이 경기 종료 직전 신상훈이 골대를 비운 채 공격을 하던 슬로베니아의 골대에 마지막 퍽을 집어넣었다.

한국은 이틀간의 휴식을 취한 뒤 5월 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개최국이자 또 다른 우승 후보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3차전을 치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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